나아가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제자리로 되돌아오고 마는,
예측할 수 없는 애도 과정을 기록한 투쟁 일지
마음은 일직선의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괜찮아지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과거에 발목을 잡히고, 한 걸음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는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이만큼 전진해 있기도 하는 것이 마음의 놀라운 속성이다. 애도 역시 마음이 하는 일, 어떤 슬픔과 고통을 겪어 본 당신의 마음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그 ‘살아 있는 과정’ 자체가 곧 애도이다. 저자는 어리다는 이유로 배제당한 채 치러진 어머니의 장례(첫 번째 이별의식, 그로부터 15년 뒤 묘를 이장하며 마음으로 어머니를 보낸 날(두 번째 이별의식을 거쳐 마침내 인생의 반을 차지한 질긴 애도의 과정을 출간함으로써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이별의식을 치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경험이 단지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17여 년의 시간이 담긴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사건을 떠나보내는 ‘이별의식’이자 어떻게 죽음의 손길과 싸우며 끝없는 애도에서 희망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한 생생한 일지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 내고 싶다는 의지, 결국 삶과 화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목격하며 독자들은 어느새 함께 치유받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이름에서 시작되는 글이 있다
존재하지 않으며 영원히 존재하는 이에 대하여
어느 날 갑자기 ‘자살 생존자’가 되어 버린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과거로부터 도피하고 단절되고만 싶었다. 대학 휴학 후에는 독일에 지내며 새로운 환경과 경험으로 과거를 밀어내고자 했지만, 오히려 철저히 감추고자 했던 감정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 마주함을 통해 마침내 애도의 단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내가 있는 어디에서나 엄마의 얼굴을 찾아 헤맨다. 수많은 외국인 속에서 단 한 사람, 단 한 사람의 얼굴을 찾기 위해 나는 정처 없이 걸어 다닌다. 내가 본 사람들의 모습을 눈으로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