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1장 알면 돌아갈 수 없다
남편을 잘 뒀군요 | 문과 출신이 살아남는 법 | 집과 실험실의 거리 | 복수초의 유혹 | 날개 달린 뚜벅이 | 편식쟁이의 결말 | 황금보다 귀한 것 | 표본 확보 원정기 | 모래밭 소우주 | 똥이 되고 싶은 애벌레
2장 파브르의 기쁨과 슬픔
소리 나는 버섯 | 90퍼센트의 꽝을 대하는 자세 | 죽은 나무의 의미 | 이름을 짓는 기분 | 뱀을 피할 방법은 없다 | 운 또는 노하우 | 흑진주거저리 연구 일지 | 내가 공부한 대가 | 질문인 듯 질문 아닌 | 좋아하는 일에도 DNA가 있다면 | 곶자왈의 밤 | 과학책이 이래도 되는 걸까 | 죽은 너구리를 나뭇가지로 덮어두었다 | 정원일기
3장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호불호가 없다는 것 | 다시 만난 세계 | 울고 싶지 않은 밤 | 대벌레는 죄가 없다 | 애벌레의 시간 | ‘곤충 멍’ 때리는 법 | 노란 피의 비밀 | 외래종 혐오에 대하여 | 거저리 쿠키의 맛 | 해롭지도 유익하지도 않은 | 꽃하늘소의 절망 | 1센티미터들의 우주
좋아하는 것을 끝내 좋아하게 된
제3지대 곤충학자의 기쁨과 슬픔
이 책은 어느 무더운 여름날, 지은이가 생물학과 대학원 면접실에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한때 ‘셰익스피어의 맛깔스러운 은유’에 푹 빠진 영문학도였던 지은이는 출산과 육아를 거치며 경력이 단절되었다. 하지만 두 어린 아들의 취미를 함께하다 뒤늦게 곤충에 빠지게 되었고, 온갖 고민을 거듭한 끝에 생물학과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다. 이 책에는 마흔 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 지은이가 5년 만에 박사학위를 따기까지 험난했던 학업 과정, 세계에 몇 안 되는 버섯살이 곤충 연구자로 우뚝 서기까지 치열했던 연구의 나날들, 곤충(딱정벌레을 찾아 먼지 쌓인 실험실과 표본실부터 뱀이 출몰하는 어둑한 숲속 오솔길, 출입이 통제된 휴전선 부근 백사장과 외딴섬 등 전국 오지를 종횡무진 오갔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장벽을 뛰어넘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꼭 등장하는 ‘극복된 좌절’은 우리가 익히 아는 현실이기도 하고, 여전히 외면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어쩌고 이렇게 돌아다니냐”는 말이 농담인 듯 책망인 듯 가슴을 후벼 팠던 일상, 학업에의 뒤늦은 도전을 ‘응원’ 받았지만 집안일과 양육의 무게는 줄어들지 않았던 워킹맘의 굴레 등은 단지 좌절과 성취가 교차하는 에피소드로만 정리하기에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새로운 곤충을 찾아 분류하고 이름을 붙여주며 데이터를 쌓아가는 자신의 작업이 “뒤에 올 연구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지은이의 다짐에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벽을 낮춰주고 싶은 마음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멈추면, 앉으면, 귀를 기울이면 그들이 있다!
우리의 세계를 넓혀줄 1센티미터의 존재들
곤충은 진정한 지구의 주인이다. 전체 동물 150만 종에서 100만 종이나 차지한다. 이름이 없거나 발견되지 않은 곤충들도 많기 때문에 3000만 종이라고 추정하는 학자도 있다. 종수로 보나 개체수로 보나 압도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곤충이 몸집도 소리도 작아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존재를 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