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긴급 뉘우스
새로 마주한 현실
슬픔은 전염되는 걸까
살구꽃은 봄비에 지고
검은 댕기 드리운 소녀여
두 눈에 호롱불을 켜고
당하고 있지만은 않아
내 뜻대로, 우리 뜻대로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만천하에 자명한 일
거칠고 낯선 곳
이제 와서 핏줄?
인간에 대한 회의
그날이 온다
그날이 왔다
민애리 독주회
잔인한 시간들
햇살은 눈부시지만
유월의 교정은 싱그럽고
태평양 너머에서 온 편지
작가의 말
"세상은 넓고 여자들도 할 일이 많단다.”
우리만의 언어로 선언하는 용기와 자유의 문장
소설 속 인물들은 사랑하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본인 선생의 폭력과 폭언을 외면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빼앗긴 학교와 자유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청소년 화자들의 용기의 언어는 오늘날 청소년들에게도 깊게 와닿는 지점일 것이다.
『은명 소녀 분투기』에 등장하는 ‘은명여자고등보통학교’의 학생 혜인, 애리, 금선은 여성 청소년의 교육 기회가 적었던 당시에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한 ‘축복받은 소녀들’이었다. 그들이 학교에서 일어난 억압과 폭력의 그림자를 외면했더라면, 소설 속 어른들이 말했던 것처럼 조용히 학교를 졸업하고 시대에 순응하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들은 순응 대신 반항을, 침묵 대신 선언을 택했다. 비록 그로 인해 꿈꾸던 ‘신여성’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더 나은 내일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곳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이 글을 읽는 청소년 독자들은 소설을 읽는 동안 나라면 이런 부조리한 교육 방식과 시스템 앞에서 어떤 선택을 내렸을지 자연스럽게 고민하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나 역시도 혜인과 애리, 금선의 옆에서 그들의, 우리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선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온 마음으로 응원하는 눈부신 내일
과거를 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발걸음
이 소설은 ‘동맹 휴학’이라는 학생 운동을 중심으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용기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주인공들이 학생으로서, 국민으로서 자유와 긍지를 되찾는 모습을 통해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역시 부당하고 힘겨운 상황 속에서 침묵하기보다 함께 힘을 합쳐 청소년다운 목소리를 내고, 희망찬 내일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굳세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소설을 썼다. 각자의 힘듦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 소설이 내일을 향한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