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기록한 인류세의 역사
인류세는 어떻게 인류의 인식을 변화했나
이 책의 1장인 ‘역사’는 사실상 인류세와 관련된 과학기술의 역사이다. 어떤 과학과 기술이 등장하고 발전해서 인류세로 가는 길을 열었는지 세심하게 논의한다. 그 가운데서 중심이 되는 것은 ‘열역학 제2법칙’(소위 말하는 ‘엔트로피의 법칙’의 발견과 그 활용인데,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뿐 아니라, 사디 카르노, 에밀 클라페롱, 윌리엄 톰슨, 루트비히 볼츠만, 비교적 최근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일리야 프리고진까지 언급하며 인류세를 발생시킨 과학적 기반을 고찰한다. 이 책의 저자인 캐럴린 머천트는 에코 페미니스트로 가장 명망 있는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과학사가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과학사와 관련한 그녀의 분석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만한 시사점을 전한다.
예술이나 문학의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기록들도 매우 흥미롭다. 조지프 터너나 클로드 모네의 미술 작품에서는 증기선박이나 증기기관차 같이 증기기관이 등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그림에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경외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미국 화가 존 케인이 그린 <모농가헬라강의 계곡> 같은 그림에서는 새로운 기술에 힘입어 진보하는 산업 현장의 분위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진보에 희생되는 들판, 오염된 물과 공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찰스 디킨스, 마크 트웨인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들도 급격하게 산업화되는 풍경들을 포착해 그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감상을 작품으로 남겼다. 그러한 작품들에는 산업화가 되며 발전하는 세상에 대한 경외감과 희망도 있지만, ‘희뿌연 그을음’ 같은 표현으로 묘사되는 불안감도 있다. 인류세를 통해 자연을 지배하게 되었지만, 그 충격은 한편으로 사람들의 삶과 인생을 짓누르게 되었다.
인류세를 넘어설 시대는 어떻게 도래할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가치를 모색하다
현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화두는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 시스템 변화일 것이다.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