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 6
1. 〈에이리언: 커버넌트〉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11
2. 〈얼라이드〉와 하이든 현악 4중주 〈황제〉… 20
3. 〈컨택트〉와 막스 리히터의 “온 더 네이처 오브 데이라이트” … 28
4. 〈밀정〉과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36
5. 〈덩케르크〉와 엘가의 “님로드” … 45
6. 〈프라하의 봄〉과 야나체크의 현악 4중주 … 53
7.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 61
8. 〈버드맨〉과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 70
9.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와 파헬벨의 “카논” … 80
10. 〈피아니스트〉와 쇼팽의 발라드 1번 … 90
11.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베르디의 〈레퀴엠〉… 100
12. 〈시〉와 슈베르트의 〈보리수〉… 110
13. 〈아가씨〉와 라모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120
14.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과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130
15. 〈기생충〉과 헨델의 〈로델린다〉… 141
16. 〈조용한 열정〉과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 … 151
17. 〈작은 아씨들〉과 슈만의 〈어린이 정경〉… 161
18.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과 푸치니의 〈투란도트〉… 172
19. 〈007 퀀텀 오브 솔러스〉와 푸치니의 〈토스카〉… 182
20. 〈양들의 침묵〉과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192
21. 〈스탈린이 죽었다!〉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 202
22. 〈스파이 브릿지〉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2번 … 213
23. 〈엑스 마키나〉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 223
24. 〈바이스〉와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33
25. 〈킬링 디어〉와 구바이둘리나의 “기뻐하라!” … 244
26. 〈데어 윌 비 블러드〉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 255
27. 〈언터처블: 1%의 우정〉과 베버의 〈마탄의 사수〉… 265
< 책 속으로>
고백하자면 언제나 영화는 ‘2지망’이었다. 대학에 다녔던 1990년대 초반, 이념의 시대가 썰물처럼 퇴조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거센 밀물처럼 밀려들어 온 것이 대중문화였다. 깃발과 과녁은 사라지고, 방황하는 청춘을 지극히 감상적이거나 회고적인 시선에서 묘사하는 후일담 문학이 넘쳤다. 과거의 한 페이지를 차분히 정리할 시간도 없이 숨 가쁘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 같았다. 그 첨병에 섰던 장르가 영화였다. 사회과학 서적을 손에서 슬그머니 내려놓은 학생들은 영화이론과 대중문화론을 입에 올리기 바빴다. 추세에 감히 맞설 생각은 없었지만, 때로는 그 아찔한 속도가 불편했다. 과속보다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의식적으로 영화와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다.
_서문, 6쪽
영화감독인 리들리 스콧과 작곡가 바그너 사이에는 공통점이 적지 않다. 스콧이 〈에이리언〉 시리즈를 통해서 SF 영화를 문명론의 반열에 올려놓고자 했다면, 바그너는 오페라를 종합 예술로 격상시키고자 했던 야심가였다. 사랑과 배반의 통속적 드라마로만 간주됐던 오페라에 독일 신화와 전설을 결합해서 대사와 음악, 무대와 연출이 한데 어우러진 음악극으로 재정립하고자 했던 것이다. 스콧과 바그너는 영화와 오페라의 개혁가라는 격찬과 허장성세의 예술가라는 비판을 모두 받는다.
_〈에이리언: 커버넌트〉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16쪽
〈컨택트〉는 〈매트릭스〉나 〈클라우드 아틀라스〉처럼 동양적 세계관이 두드러진 최근 SF 영화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 첫 장면에서 루이스는 불치병을 앓던 딸을 잃은 뒤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묘사된다. “추억은 이상한 거야. 생각과는 다르게 기억이 돼. 우리는 시간에 너무 매여 있어. 그 순서에.” 이 장면에서 루이스의 독백을 따라 처연한 단조의 현악합주가 서서히 흐른다. 주인공의 상실감을 대변하는 이 선율은 영국 현대음악 작곡가 막스 리히터의 “온 더 네이처 오브 데이라이트(On the Nature of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