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서평의 언어』를 읽으며 나는 든든한 선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내 마음대로 선배 삼기로 한 메리케이 윌머스는 《런던 리뷰 오브 북스》의 뛰어난 편집자이자 작가인데,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그보다 더 날카로운 유머를 구사한다. 편집자로 일하는 사람 특유의 언어에 대한 감각과 폭넓은 ‘독해 경험’(단행본 단위의 독서와 구별된다이 『서평의 언어』에서 빛난다. 그가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온 《타임스》의 부고 기사, 유행어가 될 정도로 유혹적인 광고 문구, 백과사전 편찬자의 무람없는 칭찬과 야유, 장편소설 도입부와 비슷한 문장을 구사하는 장편소설 리뷰 도입부 등이다. 분석하고 놀릴 거리가 있는 세상의 모든 글이 낱낱이 분석된다. 편집자, 서평가, 작가로서의 커리어가 하필이면 메리케이 윌머스와 겹치는 나로서는 읽는 내내 좌불안석이었다. 이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나 같은 자들의 고심과 한심을. 또한, 여성의 삶과 문학의 세계에 대한 이 책의 수많은 편린을 좋아한다. 책에 대해 말해야 할 앞으로의 나날, 길 잃는 순간마다 펴 들 책과의 만남이다.
_이다혜(《씨네21》 기자, 작가
<책속에서>
메리케이의 주된 관심사는 젠더 자체보다는 젠더들 사이의 관계, 특히 남성의 기대, 남성의 시선, 남성의 권력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서문」 12면
내가 우울했던 건 내 안에 선한 모성이 차오르기는커녕, 이 상황 덕분에 내 성격의 악한 차원이 새로이 열리는 것만 같아서였다. (… 어머니가 아이와 맺는 관계에서 마법처럼 이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여느 관계와 마찬가지로, 이 관계에도 양쪽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황폐해져갔다」 23면
오늘날 장편소설이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아는 여러 문학 편집자는 서평가에게 친절한 글을 써주십사 부탁하고, 실로 서평가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늙은 소설가에게는 늙었다는 이유로, 젊은 소설가에게는 젊다는 이유로 친절하다. 영국인 작가에게는 미국인이나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