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글
prologue 대입 추천서
1 2021년 1월 20일 면접
2 강점은 없고 약점은 있습니다
3 악에 물들다
4 중간계로의 여행
5 끝나지 않은 이야기
6 나태함
7 최초의 공적 호명
8 각성의 한여름 밤
9 Since 2016. 02. 18
10 엄마, 어무이
11 모계유전
12 더 트랜스포머 더 무비
13 덕후의 클래스, TOMEK
14 김준범 임팩트
15 베란다에 서서 창밖을 보다
16 답안지 없는 수학 시험
17 벚꽃 날리는 중앙도서관 계단
18 스물둘, 생애 첫 커피
19 Night Fever, 버킷 리스트
epilogue 박현묵 임팩트
감사의 글
초등학교 졸업 후 7년 그리고 그 이후 1년
중증 A형 혈우병 환자는 피가 응고하도록 만드는 정상인자(8인자가 유전적으로 없거나 많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혈우병 환자들은 대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정상 인자를 보충하는 강력한 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현묵은 세계적으로 그 사례를 찾아보기 매우 힘든 특이한 몸을 가지고 있다. 혈우병의 희망이라 불리는 고가의 약도 듣지 않았다. 소방호스로 물을 퍼붓듯 약을 써도 아주 미세하게 반응할 뿐이었다. 보통 사람들에겐 아무 일도 아닐 관절과 장기에 생기는 내출혈은 종종 현묵을 사망 직전까지 몰고 갔다. 그건 10대 아이가 견뎌 낼 수 있는 종류의 고통이 아니었다. 현묵은 10대의 대부분을 침대가 세상의 전부인 채, 집과 응급실을 왕복하며 살았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졸업식을 끝으로 중, 고등학교를 단 하루도 다닐 수 없었다.
몸이 괜찮을 때 현묵은 엄마와 함께 도서관이나 서점에 갔다. 그곳에서 운명처럼 J. R. R. 톨킨을 만났다. 『반지의 제왕』에서 시작해 점점 톨킨 덕후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 와중에 톨킨 팬덤의 총본산이라고 할 인터넷 카페 ‘중간계로의 여행’에 가입해 톨키니스트로 성장하면서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톨킨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번역을 시작한다. 애초에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번역은 ‘중간계로의 여행’에서 공동 미션으로 제안된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아팠던 시기인 2016년에서 2019년까지 현묵은 게시판에 번역을 묵묵히 쉼 없이 올렸다. 그가 반복적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병원에 입원하는 시기에는 번역 업데이트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덜 아픈 상태가 되면 현묵의 새로운 번역이 올라오는 식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 번역 레이스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지만 현묵은 혼자서 그 일을 계속 했다. 그 기간 동안 현묵이 번역 게시물을 올린 횟수는 100여회에 육박한다.
2018년 6월 현묵은 새로운 주치의를 만나게 된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한강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