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_의문의 그림 한 점
서울. 비 내리는 통진의 농가에서 쓰다
히라도 1. 정성공을 만나다
히라도 2. 바다의 길
나가사키 1. 일본 여인 다가와
나가사키 2. 박제가와 허생과 정성공
도모노우라. 친구라는 그 말
오사카 1. <모자도>와 최북
오사카 2. 떠나고 남겨진 사람들
취안저우 1. 다가와가 죽다
취안저우 2. <모자도>와 이슬람 사원
샤먼 1. 정성공 초상화
샤먼 2. 나빙과 <행락도>
광저우. 바다로 열린 항구도시
사오싱. 경우가 다르다
양저우 1. 나빙의 집
양저우 2. <모자도>, 양저우로 오다
양저우 3. 여리고 뜨거운 사람들
베이징 1. 유리창
베이징 2. 박제가, 나빙을 만나다
베이징 3. 박제가, 나빙과 헤어지다
베이징 4. 박제가, 다시 베이징에 오다
베이징 5. <모자도> 안으로
베이징 6. 박제가, 마지막으로 베이징에 오다
베이징 7. 새로운 의문
산하이관. 만리장성의 끝
종성. 박제가, 유배를 가다
부여. 박제가의 꿈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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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그림을 만나고 시작된 발걸음
그림에 감추어진 오래전 자유인들의 흔적
<연평초령의모도>를 만나고 지금껏 20년 이상이 흐르는 동안 저자 신상웅의 마음은 주로 난처함으로 차 있었다. 박제가의 이름이 있으되 그가 그렸다고 믿기 어려운 정황, 그렇다고 아예 마음을 접을 수도 없는 매혹. 그렇게 잊지도 다가가지도 못하던 어느 날 저자는 이 그림에서 박제가 말고도 ‘양주팔괴’로 유명한 중국 화가 나빙의 붓질이 보인다는, 미술사학자 이동주 선생의 짤막한 글을 발견하고 이 그림이 처음 건넸던 확고한 감을 재차 믿고 뒤를 좇기로 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빙羅聘이라니, 그라면 얘기가 달랐다. 그는 청나라를 대표하던 이름난 화가 중 한 사람이고 1790년 사신단의 일원으로 베이징에 머물던 박제가와 유독 가깝게 지낸 사이였다. 길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서로 간의 사귐이 깊었는지 나빙은 박제가와 헤어지면서 초상화와 매화 한 폭을 그려주었고 그 그림들이 여태 남아 전한다. 만나서 서로 나눈 시도 여러 편이고 헤어진 뒤에도 서로를 그리는 긴 이별시를 남기기도 했다. 1790년 베이징에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빙과 <모자도>가 어떤 연관이 있다면 왜 그의 이름은 그림에 남아 있지 않을까. 청나라 화가 나빙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모자도>를 두고 이어진 반복된 논의가 이제는 차원이 다른 방향으로 옮겨질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17쪽
『1790년 베이징』은 <연평초령의모도>의 진짜 화가와 비밀을 알기 위해 시작된 긴 여정을 담은 책이다. 박제가와 나빙의 단서를 찾아, 또 그 단서에서 방사하는 곁가지들을 거두며 저자는 십수 년간 한·중·일 동아시아를 틈날 때마다 헤맸다. 박제가가 실학자 이덕무, 유득공 등 ‘백탑파’ 동료들과 어울리며 열린 세상을 꿈꾸던 서울을 시작으로 <연평초령의모도>의 등장인물 정성공의 고향인 일본 히라도, 나아가 나가사키를 밟고, 정성공의 발걸음을 따라 중국 취안저우로 넘어가 샤먼, 광저우, 사오싱, 양저우, 베이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