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인의 질병의 역사와
근대 의학의 탄생을 조명하다
질병의 역사, 혹은 인류문명의 역사
인간이 질병에 대처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문명이 형성되고,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문명은 질병의 예방과 확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근대사회에서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근대국가의 건설이라는 과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질병사연구는 서양인의 시각에서 서술되어왔거나 일국사적인 관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책은 서양중심의 질병사 서술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인의 시각에서 질병의 역사와 근대 의학의 탄생을 천착한다.
이 책의 저자는 우선 동아시아 근대세계에서 전염병이 가지는 특징들에 주목한다. 첫째, 동아시아의 전염병은 전 세계적인 전파과정과 동아시아 지역 내부의 전파과정을 동시에 보여준다. 즉 전염병의 전파경로는 일방적이기보다는 상호적이며 순환적이었다. 둘째, 자본의 흐름이 제국과 식민지 사이에서 일방적 착취와 피착취의 관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전염병의 전파경로는 각국 사이의 상호 동등한 관계를 확인시켜 준다. 셋째, 교통수단 및 정보시스템의 발달이 질병의 전파속도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증기기관 및 철도교통의 발달로 전염병의 발병주기는 물론 그 확산속도 역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넷째, 전염병의 전파경로가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러한 특징들이 동아시아 각국의 방역시스템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근대세계의 독자적인 지역질서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모되었는지를 해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동아시아론과 질병사 연구
이 책의 저자는 동아시아 근대세계의 형성을 유럽중심의 세계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인 ‘세계체제론’에 반대해서 동아시아의 독자적인 지역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으로 보는 동아시아론에 질병사 연구가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질병사 연구는 경제사?사상사 중심의 동아시아론에서 벗어나 일상사에 기초한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