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과열되었다.
모든 것이 과잉되었고 또한 가속화되었다.
그리고 불균등하고 불평등하다.
인류가 남긴 지워지지 않을 흔적이 온 지구를 덮은 현재는 인류세다.
한 마디로 이것이 세계화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세계화는 아니다.
이 책은 유럽연구위원회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연구 프로젝트 ‘과열: 세계화의 세 가지 위기’라는 이름의 연구를 바탕으로 쓰였다. 이 프로젝트의 주제인 ‘세 가지 위기’란 환경 파괴와 기후변화, 금융과 경제의 위기, 문화적 차원에서의 집단 간 갈등과 인권 문제 등이다.
이 책의 저자인 토마스 힐란드 에릭슨은 환경과 경제와 정체성이라는 상호 연결된 세 가지 위기를 인류학적 시선으로 접근함으로써 글로벌 모더니티를 둘러싼 논쟁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에릭슨은 이 위기는 글로벌한 위기지만 위기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곳은 지역이며, 정보화시대에 글로벌 자본주의의 표준화를 지향하는 움직임과, 사회에 새겨진 사람들의 본성과 지역적 실천 사이에는 수많은 모순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세계화’와 ‘급격한 변화’는 현대 세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용어다. 그러나 이에 관한 논의는 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담론 위주였다. 때문에 1만 피트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학자와 땅 위에 발을 딛고 사는 농민이 느끼는 ‘세계화와 급격한 변화’의 의미 사이에는 괴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인류학자로서 모든 현상을 아래로부터 디테일하게 파악하는 자세가 몸에 밴 저자는 ‘세계화와 변화’라는 커다란 현상을 실제 사람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언어로 논의하고자 한다. 저자는 세계화의 문제는 세계적 차원의 담론과 지역적 차원의 담론이 충돌하는 ‘스케일의 충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