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농성장 철문 안쪽에서 굴을 까먹던 어느 겨울밤
2 누군가의 속을 달래고 있을 아현동 ‘작은 거인’의 잔치국수
3 철거된 수산시장과 겨울 회, 이대로 지워지면 안 되는 존재들
4 밖으로 내던져진 족발집 씨간장, 새 문을 열고 다시 끓다
5 우리는 곱창같이 버려진 것들의 몸부림에 빚을 지고 산다
6 우리 삶 깊숙이 배어 있는 치킨의 기름내
7 외로운 현장에서 보리굴비 밥상까지, 이어지는 연대의 인연
8 사라다와 땅콩을 씹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9 조용조용 씹어 넘기던 모란공원 빠다코코낫의 단맛
10 삼계탕을 추억하며, ‘연대의 밥상’을 생각하며
11 단골집의 문간은 30년이 지나도 평등하다
12 불광동 골목, 대가 없는 노력의 맛
13 자존감을 지키는 일은 순댓국 한 그릇에서부터
14 천막 성찬의 사워도우와 거저 받은 일상의 소중함
15 누군가와 살아갈 자격은 모두에게 있다
16 가지를 볶으며, 함께 만드는 농성장의 끼니를 생각한다
17 그래서 죽순은 식탁에 오른다
18 맛있는 라면의 기억은 ‘멋’에 좌우된다
19 두릅의 맛을 아는 사람
20 갈등과 야만의 오늘, 누군가는 변함없이 만두를 빚는다
21 일상의 쫄면과 맥주를 지키는 일
22 서브웨이 샌드위치 같이 먹는 사이
23 “집행 중지! 집행 중지!” 망친 김치전도 맛있던 그날
에필로그
단골 가게를 잃어본 적 있나요?
여느 날처럼 자주 들르던 단골 가게에 갔다가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당황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어디로 갔을까, 왜 메모 한 장 남기지 않았을까. 그동안 우리가 나누었던 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나, 서운한 마음이 들려던 순간, 제 손으로 꾸린 공간과 애써 만든 단골들을 뒤로하고 떠난 마음보다 내 마음이 더 아플 리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더 자주 단골 가게에 가지 않았던 자신을 탓하며 허무한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대도시 서울, 젠트리피케이션과 재개발 앞에 놓이지 않은 동네 어디 있을까? 무슨무슨 길 이름이 새로 붙을 만큼 떠오르는 상권을 일구기까지는 손님들을 불러모은 소상공인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지만 거대 기업의 폭풍이 지나간 자리, 힙플레이스라는 허울을 한꺼풀 벗기고 나면 가게를 빼앗기고 일터를 빼앗기고 그리하여 삶을 빼앗긴 사람들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최전선에 차려진 밥상
이종건 작가는 기독교 도시 운동 단체인 옥바라지선교센터의 사무국장이다. 대학교 재학 때부터 도시 빈민 운동을 시작한 그는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장마다 함께하는 활동가가 되었다. 서대문형무소 건너편 옥바라지 골목 철거 현장에서부터 시작해 아현 포차 거리, 궁중족발,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을지OB베어까지 철거 투쟁의 현장마다 다니며 연대했다. 그 현장에서 빠질 수 없었던 것은 폭력에 맞선 피땀과 눈물 그리고 연대하는 이들과 함께한 매 끼니의 밥상이다. 겨울의 석화, 작은 거인의 잔치국수, 족발집 씨간장과 버려졌던 곱창, 모란공원의 빠다코코낫과 한 그릇의 순댓국. 다양하고 맛깔진 음식 이야기가 투쟁 현장마다 그득하다.
삶이 걸린 자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연대한다는 건 결국 “서로 관계하는 일이고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이라는 이종건의 말은 그가 먹고 차려낸 수많은 밥상과 연결되어 있다. 그 거칠고 세간 하나 마땅치 않은 투쟁의 현장에서 어떻게든 서로의 주린 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