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다른 세계를 그린다는 것
1부 | 공정의 해체와 재구성
1장 |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을 갈망하기까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공정’이라는 시대정신 / 불안정한 사회, 불안한 청년 / 불안정성에 대한 개별주의적 반격 / 각자도생과 식민화된 삶
2장 | 불공정한 ‘공정성 담론’을 해부하다
나도 인국공 정규직이 될 수 있을까 / 로또취업방지법? / ‘공정’이라는 폐쇄 담론 / 닫힌 세계의 해로움
3장 | “능력주의는 허구”라고 말한다는 것의 의미
시험은 누구에게나 공정하잖아요 / 능력주의의 승자라면 인정합니다 / 마이클 샌델을 넘어서: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주의 비판
4장 | 가진 자들의 사회: ‘공정’에 가려진 차별과 혐오
‘공정’의 이름으로 할당제를 폐지하라 / 백래시와 무지의 결탁 / 능력과 능력주의, 차별의 공모자 / 차별과 혐오를 넘어: 인정의 재분배
2부 | 다시 쓰는 정의론
5장 | 모두를 위한 돌봄: 두려움 없이 연대하는 나 그리고 우리
번아웃이라고 느껴질 때 / 돌봄의 윤리와 관계적 존재론 / 급진적 자기돌봄
6장 | 보편적 정의: 모두가 온전히 평등한 세계
‘자유’라는 이름의 사기극: 무한 경쟁, 제1라운드 / 비교와 선별의 위계: 무한 경쟁, 제2라운드 / 무한 경쟁의 스펙트럼을 넘어서: 모두를 위한 정의
7장 | 정의로운 조직: 모두가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곳
갑질은 왜 이렇게 흔할까 / 정의로운 조직은 가능하다 / 지속가능한 일, 조직, 그리고 삶
8장 | 변혁정의의 비전: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영원히 지연되는 미래 / 시대와 불화하는 예시의 정치 / 풀뿌리의 힘: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든다
감사의 글
주
‘공정’이라는 시대정신
‘각자도생의 반격’은 옳은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공정성 모델은 구조적, 역사적 불평등을 무화하고, 개인의 노력과 경쟁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원자화 모델이다. 모두가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하며, 따라서 내가 부당하게 손해보지 않아야 한다는 (다시 말해 똑같이 보상받거나 똑같이 당해야 한다는 공정에 대한 요구는 얼핏 정당하고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의 ‘공정’은 사회 전반에 걸쳐 적용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 또는 사회정의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원리로서의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공정하지 않다”는 외침은 많은 경우 자신이 느끼는 부당함, 억울함, 박탈감 등의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다.
저자는 청년 세대가 공정한 경쟁과 능력주의 신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사회경제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각자도생의 시대, 불안정성에 대한 개별적 반격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에 대한 맹신은 도리어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차별과 불평등을 외면하고 심화한다. 책의 1부에서는 최근 몇년 동안 한국 사회의 핵심 가치로 여겨진 공정 담론의 거센 파도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을 고찰한다. 불안정성에 대한 개별적 반격으로서의 공정과 담론적 폐쇄의 메커니즘, 그리고 능력주의 신화가 계급과 정체성의 복합적 교차로 인한 차별을 외면하게 만든다는 점을 조목조목 짚는다. 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타자와의 공존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각자도생의 논리만을 신봉하는 개별주의적 존재론이다. 저자는 기존의 공정 담론을 검토하면서 능력주의 논쟁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마이클 샌델의 입장에 대해서도 한계를 지적한다. 능력주의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겸허한 자세와 추첨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샌델의 주장은 구조적 문제를 개인화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온건한 것이 아니라 능력주의 비판 담론의 보수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공정을 넘어서 정의로
더 나은 세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