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일러스트로 만나는 자연, 그 속에 담긴 경탄과 감동
《잠깐만 기다려 줘!》는 해 질 무렵, 집으로 향하는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의 짧은 여정을 그린다. 이 여정을 뒤따르는 독자는 두 고슴도치를 둘러싼 자연 곳곳을 함께 감상하게 된다. 테켄트럽의 시그니처라고도 할 수 있는 콜라주와 판화 기법으로 표현된 자연 풍경은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다. 두 고슴도치의 털 한 올 한 올부터 나무덩굴의 무성함, 꽃잎 하나하나의 결, 솔방울의 질감, 잠자리와 나방의 날개 무늬, 해와 달과 별이 이루는 빛무리까지 표현한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없어 이제는 조금 낯설기까지 한 자연 깊숙한 곳을 우리 곁으로 성큼 끌고 온다. 또 각 그림의 장면은 멈춰 있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어스름한 저녁에서 밤까지의 시간을 천천히 함께 지나온 듯한 여운을 한껏 즐기게 된다. 《잠깐만 기다려 줘!》 속 섬세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에 감탄하고 감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어린이, 재촉하지 않는 보호자
_반복과 멈춤 사이에 담긴 애정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걸음을 떼려고 하는 순간마다 작은 고슴도치는 큰 고슴도치에게 외친다. “잠깐만 기다려 줘, 큰 고슴도치야!” 작은 고슴도치는 노을과 달무리를 보고 싶어서, 들판에서 나는 향기로운 냄새가 어디서 나는 건지 궁금해서, 부엉이와 물고기, 개구리 친구 들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싶어서, 난생처음 보는 반딧불이에 마음을 빼앗겨서 자꾸만 큰 고슴도치를 불러 세운다.
큰 고슴도치는 밤이 깊어 갈수록, 날이 쌀쌀해질수록 집에 서둘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지만, 그렇다고 작은 고슴도치의 요청을 무시하거나 막지 않는다. 왜 자신이 기다려 줘야 하는지 묻고 걸음을 멈춘 뒤 작은 고슴도치가 보고 싶어 하는 풍경을 함께 보고,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함께한다. 작은 고슴도치가 모르는 것은 자신이 아는 선에서 성심성의껏 알려 준다. 심지어 작은 고슴도치의 요청 덕분에 들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