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보이는 여행
일곱 번째 마블로켓 매거진은 처음으로 국내 도시 편을 기획했습니다. 언젠가는 국내 도시 편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왔 습니다. 코로나가 등 떠밀어준 일입니다. ‘언젠가’ 라든가 ‘기회가 되면’이라는 말로 얼마나 많은 것 들을 미루고 살았는지 반성했습니다. 순천 탐사는 미루는 습관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순천을 선택한 이유는 기존의 외국 도시 편들과 같은 맥락입니다. ‘고정관념이 강한 도시’를 찾아 가 그 도시를 새로운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접근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순천은 많은 분들이 잘 안다고 생각하는 도시 중의 하나입니다. 순천의 이미지에 대해 물어보면 대개 갈대 숲, 국가정원, 맛집이 많은 도시로 요약됩니다. 순천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저 자신조차 그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시각을 고집하다가 혹시 한 권을 채울 만큼의 내용을 건지지 못하는건 아닐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쓸데없는 걱정이 었습니다. 순천을 구석구석 탐사하고 난 지금, 두 가지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순천은 이전의 어떤 탐사 도시보다 다루고 싶은 주제가 많은 곳이라는 점, 그리고 절대 해외 도시의 대안이나 차선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돈과 시간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었다면, 지금은 돈과 시간이 있어도 할 수 없는 것이 여행입니다. 여행의 결핍으로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가 끝나면’ 어디든 날아갈 기세입니다. 여행의 기억을 곱씹으며 코로나 이후 가고 싶은 곳들의 리스트를 만들기 바쁩니다. 그러나 코로나의 위험성이 줄어들고 동결되었던 해외여행이 다시 해빙기를 맞게 되더라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겠지요.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여행에 대한 생각을 재정비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를 갈 것인가’라는 목적지 중심의 여행보다는 ‘왜’ 그리고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라는 것으로 여행의 프레임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팬데믹이 지구를 덮쳤지만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