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이 다가 아니다
전주를 탐사하는 내내 한옥마을은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어떻게 다뤄야 할지 난감했거든요. 최근 몇 년간 한옥마을을 다녀간 방문객의 수는 한 해 평균 천만명을 넘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관광객들조차 관광지스럽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곳이 한옥마을입니다. 외지 손님들을 위해 따로 놀거리와 먹을거리를 차려 놓은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현지인들은 한옥마을에 거의 가지 않으니까요. 여행자와 현지인이 분리되는 곳, 한옥마을의 딜레마가 여기 있습니다. 전주여행을 한옥 마을에서 시작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시작도 끝도 한옥마을이라면 전주를 여행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을 한번 훑어보는 것으로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고 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평소에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 보통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 지, 쉬는 날에는 뭘 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그 사람의 일상도 듣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눠봐야 그 사람의 취향이나 세계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도시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한옥마을이 전주의 ‘시그니처’이긴 하지만 전주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마블로켓매거진이 여덟 번째 도시로 전주를 선택한 것은 고정관념에 갇힌 전주를 꺼내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전주를 통해 여행의 방식을 다시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를 여행한 다는 것은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블로켓매거진 전주편은 여행자를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된 곳은 되도록 피했습니다. 한옥마을로 편향된 이미지가 아니라 전주를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프레임을 고민했습니다
전주는 우리가 몰랐던 산책의 도시였습니다. 전주라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산책로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걷기 좋은 곳이었어요. 걸을수록 전주가 보였습니다. 아침 산책길에 숲속시집도서관을 만났고 태조의 초상화가 봉안된 경기전 안을 걷기도 했습니다. 전주천을 따라 다리를 건 너고 수목원을 걷고 밤의 한옥마을을 느릿느릿 걸었습니다.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