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균형을 잡는 일
규슈의 사가현에 다녀왔습니다. 시코쿠, 삿포로에 이어 마블로켓의 세 번째 탐사지역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아리타 도자기를 일본 현지에서 보고 싶은 사심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로컬에서 생산된 물건, 로컬의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를 통해 일본의 라이프스타일을 탐사하고자 하는 마블로켓이 한 번은 가야 할 곳이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도자기마을인 아리타와 이마리는 로컬을 상징하는 물건이 어떻게 문화와 전통을 매개하고 도시 브랜딩을 견인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가벼운 탐사지역은 아니었습니다. 사가현은 임진왜란의 출항지였습니다. 아리타 도자기의 시조가 된 조선인 이삼평과 많은 도공들이 이 곳에 잡혀와 막부에게 헌납할 도자기를 구우며 평생을 바친 곳이기도 합니다. 그 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단행하며 근대화의 시동을 걸었고 근대화에서 제국주의로 가는 길에는 우리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올해로 메이지 유신 150주년. 사가현도 기념사업이 한창이었습니다. 균형된 마음으로 탐사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왜곡시키지 말고, 외면하지 말고, 빠지지도 말고 감탄할 것은 감탄하고 아픈 대목에서는 아프기로 했습니다.
사가현은 우리와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도자기가 그러하고, 규슈 올레가 사가현에만 세 곳이 있습니다. 다케오 코스, 가라쓰 코스, 우레시노 코스 모두 걷기 좋은 길입니다. 하루 2만 5천보를 걸어 다녔으니 사가현의 모든 길이 우리에게는 올레였습니다. 올레 길의 상징인 조랑말 간세와 올레 리본을 마주칠 때마다 반갑고 좋았습니다. 우리 문화는 여전히 이곳에 전수되고 있었습니다. 도자기는 강제로 건너왔지만 올레는 주체적으로 이 곳에 왔습니다. 문화는 강줄기 같아서 바다처럼 자연스럽게 합쳐지는 모습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가현은 볼 것이 많았습니다. 타이밍이 좋아서 볼 것들이 추가되기도 했구요. 다케오와 우레시노는 수질이 좋은 온천지역으로 유명하지만 온천은 료칸과 함께 경험해야 의미가 있고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