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말: 시린 첫 만남
제1부 얼음의 냄새
1. 감춰진 세계를 엿보다_스위스 알프스산맥
2. 곰들, 곰들의 세상_스발바르 제도
제2부 거대한 빙상
3. 심층의 배수: 그린란드
4. 극한에서의 삶: 남극 대륙
제3부 빙하의 그림자 속에서
5. 글로프를 주의하라!: 파타고니아
6. 말라가는 흰 강들: 인도 히말라야
7. 마지막 얼음: 코르디예라 블랑카
맺는말: 갈림길
감사의 말
빙하 관련 용어 해설
미주
춥고 삭막한 불모지를 풍요롭고 살아 있는 자연으로 변화시키는 여정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하얀 설원과 거대하고 투명한 얼음, 희박한 공기와 뼛속까지 아리는 추위, 극지방에서 수만 년간 자리를 지키는 얼음덩어리, 어떤 생명의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고요하고 적막한 황무지. 많은 사람이 이렇듯 빙하를 폐쇄적인 불모지로 생각하지만 빙하학자의 눈에 비친 모습은 전혀 다르다. 높은 산에 앉아 가까스로 목숨을 보전하는 열대 지방의 빙하가 있는가 하면, 투명한 색이 아닌 푸른색이나 청록색을 띤 속살을 보이며 신비로움을 부각하는 빙하가 있기도 한다. 빙하는 여름에 크기를 줄였다가 겨울에 덩치를 키우며, 산꼭대기에서 아래로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가거나 전력 질주하듯 빠른 속도로 바다로 향하기도 한다. 얼음 녹은 물이 세차게 흐르는 소리나 빙하 주변 바위들이 산비탈로 떨어지는 소리 등으로 소란스럽기도 하고, 칠흑같이 컴컴한 깊숙한 곳에서는 미생물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지구 지표면의 10%를 이루고 지구 담수의 70% 이상을 품고 있는 곳임에도 우리는 빙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줄곧 사람들로부터 등한시되었던 빙하는 이제야 소수의 연구자에 의해 수만 년 동안 감춰두었던 비밀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빙하 연구의 최전선을 이끄는 제마 워덤은 아무도 흥미를 느끼지 않는 황량한 자연에 매력을 느끼고 30년 가까이 열정을 쏟아부어 빙하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영원히 바꿔놓은 발견을 해냈다.
10대 시절, 그녀는 벌거숭이 잿빛 산에 올라 빙하가 남긴 흔적을 바라보며 영감을 얻고 오랫동안 겪어왔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빙하학자의 꿈을 키워나간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 알프스산맥 빙하와 마주한 뒤 더욱 매료된 그녀는 이후 빙하가 어떻게 운동하며 그것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해 극한의 야생과 위험천만한 모험의 세계에 뛰어든다.
북극의 스발바르 제도에서부터 유럽의 알프스산맥, 아시아의 히말라야산맥, 남아메리카의 파타고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