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을 허용하지 않는 시선으로 치열하게 써 내려간
자살에 대한 가장 솔직한 담론
아우슈비츠에서 생환한 작가 장 아메리가 1976년에 발표한 《자유죽음(Hand an sich legen: Diskurs uber den Freitod》의 한국어판으로, 자살에 대한 논쟁적 사유와 성찰을 담은 철학적 에세이다. 아메리는 ‘자기 세계 속의 자살자’의 마음을 부표 삼아, 삶과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인식, 자살에 대한 편견을 해체하고 존엄을 일깨우는 시도를 한다.
아메리는 ‘자기 자신을 살해한다’는 의미의 ‘자살(Selbstmord’이라는 말을 ‘자유죽음(Freitod’으로 대체하자는 말을 시작으로, 독자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자살자는 뛰어내리기 직전에 어떤 상황에 처하는가?’ ‘죽음은 자연스러운가?’ ‘자연사란 무엇인가?’ ‘인간의 존엄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살아야만 하는가?’ ‘사회는 왜 자살을 금기시하는가?’ ‘인간은 누구에게 속하는 존재인가?’ 아메리는 당대의 실존주의 사상은 물론, 철학·문학·사회학·정치 이론,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치열한 사유를 통해 답을 찾아나간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수용한 ‘삶’과 ‘죽음’ 그리고 ‘자살’에 대한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의 의미를 성찰하게 된다. 이 책이 출간된 지 약 50년이 되었지만, ‘자살’은 아메리의 제안처럼 ‘자유죽음’이란 말로 대체되지 않았다. 여전히 자살은 금기시되며, 자살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야만 하는 인생’을 져버린 인간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1976년에 출간된 이 책이 오늘날 여전히 시의적절하고 유효한 이유다.
살아서 죽음 속에 갇혀 지내길 거부한 사람
1978년 10월 17일 잘츠부르크의 호텔에서 한 남자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 사인은 수면제 과다 복용. 그의 옆에는 고액의 장례비와 함께 호텔에 “폐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 그의 이름은 한스 차임 마이어(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