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휴가지를 꿈꾸는 이를 위한 그림책
사무실 안 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대부분의 현대인은 휴가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사무실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 길지 않는 며칠 동안의 꿈같은 휴식, 파란 바다 또는 푸르른 산을 상상하며 몇 달을 견뎌 낸다. 벼르고 벼르다가 여름휴가를 떠난다. 어디로 갈까? 섬으로 갈까? 산으로 갈까? 혼자 갈까? 누구랑 같이 갈까? 궁극의 휴식은 혼자 떠나는 휴가 여행이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는 고요의 시간, 멈춤의 순간.
독특한 그림책 《더 이상 아이를 먹을 수는 없어!》의 그림 작가 로이크 프루아사르의 새 책 《나의 오두막》은 그런 궁극의 여행을 꿈꾸는 이에게 맞춤한 그림책이다.
고요의 끝판왕, 인간의 오두막
표지에는 온통 초록의 숲이 보인다. 나무가 빼곡하다. 아래에 새 한 마리가 있고 숲 사이로 파란 지붕이 조금 보인다. 제목이 ‘나의 오두막’인 걸로 보아 파란 지붕이 바로 그 오두막인 것 같다. 표지를 넘기면 면지에 본문이 나온다. 이 그림책은 속표지도 없다. 다짜고짜 휴가지로 떠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반영하듯 바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나의 오두막은 깊고 깊은 산속에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한 장을 또 넘기면 그제야 파란 지붕에 빨간 오두막이 보인다. 숲 한가운데 폭 숨어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는 글이 이해가 된다. 빨간 배낭을 메고 노란 바지를 입은 ‘나’는 서둘러 오두막으로 향한다.
텍스트가 매우 적은 그림책이다. 그림은 주로 초록 나무가 빼곡한 숲에 빨간 오두막만 보인다. 비슷해 보이지만 페이지마다 조금씩 그림이 달라진다. 글이 별로 없으니 입을 닫고 그림을 꼼꼼히 봐야 한다. 내가 오두막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것은 노란 표지의 책을 주워드는 일이었다. 그 책을 책장에 꽂고 이불도 내다 널고 바비큐 그릴을 꺼내놓은 다음 카메라를 들고 숲으로 들어간다. 멀지 않은 곳에 호수도 있다.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며 숲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