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시대착오적이고 인문학은 사치다? 코어 커리큘럼이 입증하는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코어’의 핵심은 명교수의 명강의가 아니다. 다양한 전공과 이력을 가진 교수들은 대화의 조력자일 뿐 수업의 주축은 바로 20명 정도로 이뤄진 구성원 각자의 활발하고 집중적인 참여다. 신입생의 경우에는, 매주 4시간씩 같은 진도로 읽는 책들을 놓고 동급생들과 대화하도록 떠밀리는 상황이 처음에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심오한 질문 세례도 지속적으로 받다보면 자극이 되고, 동떨어진 존재처럼 느껴지던 고대의 저자도 친숙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몇 주 몇 달이 지나는 사이 학생은 서서히 스며들듯 스스로 중심을 잡고 역사와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는 방식을 구축해 나간다. 이것이 1년간 이어지면서 지식은 주입식이 아닌 탐구와 성찰의 공유 과정을 통해 축적되고, 공통의 지적 경험은 서로 다른 배경 출신인 학생들이 상호 차이를 초월해 대화할 공통의 어휘를 찾게 된다.
로오세벨트 몬타스는 컬럼비아 강의실에서, 또 취약 계층 고등학생을 위한 여름 캠프에서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성찰하는 철학자의 삶을 살라”는 소크라테스 대화편 문구가 21세기 미국을 살아가는 발랄한 청소년들의 영혼을 사로잡는 것을 목격한다. 가정 학대를 받다가 위탁 가정에 맡겨진 한 소녀가 인문학 교육을 통해 소크라테스를 만나면서 철학을 전공하게 되고, 급기야 대학 졸업식에서 여러 상을 거머쥐며 미래를 꿈꾸는 현장을 지켜본다. 악랄한 경쟁과 명성의 사다리에서 최상위에 오른 컬럼비아 신입생들이 이런 성취에도 결코 삶의 의미에 대한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고심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새로운 세대 역시 저자 자신이 그맘때 그랬듯 존재론적 불안에 시달리고 무의미함의 위협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무엇을 배우고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뿐 아니라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도 관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