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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 피해자에서 생존자, 그리고 감시자가 된 마녀 D의 사법연대기
저자 오마르
출판사 동녘
출판일 2022-07-25
정가 22,000원
ISBN 978897297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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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일단 살아만 있어요

1장 피해자에서 연대자로
예민하고 끈질긴 미친년 | 마녀, 사냥을 시작하다 | 그림자가 되는 일 | “고통은 현재에 있다” | “왜 하필 당신이어야 했나” | 허위과장의 진술습벽이 있는 여자 |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 고소와 고립 앞에서 | 가해자의 죽음, 피해자의 삶 | 싸움이 끝난 후

2장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보호할지 말지 정하는 사람 | 합의는 어떻게 악용되는가 | ‘최대 29년 3개월’의 진짜 의미 | 성범죄자에게 잊힐 권리란 없다 | 미국으로 갔어야 했다 | 이것을 정말 변화라고 말하려면 | 듣는 일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 어느 판사님께 드리는 편지

3장 또 다른 톱니바퀴들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말 | 경찰이라니, 가해자인 줄 | 판사 뒤에 숨은 검사들 | 국선변호사는 누구를 변호하는가 | “피해자를 불러내 증언의 고통을 안기세요” | 계산된 전략, 보복성 고소 | ‘후기’로 맺어진 유대 | ‘여’가 없으면 기사를 못 쓰나 | 연대의 탈을 쓴 착취자들 | 그럼에도 당신이 싸우기를 선택한다면

* 톱니바퀴들의 상호작용: 군은 무엇을 지키나

4장 잊히기 위한 연대
욕망하는 연대자 | 트위터, 개미지옥에 빠지다 | 공동체적 해결에 필요한 것들 | 파티와 화형식 | 그때의 내게 내가 있었다면 | 방청연대 연대기 | 판결문 읽는 법 | 시스템은 사람이 바꾼다 | ‘-디’가 되기 위해

5장 디지털 성범죄 재판 방청기

서울: ‘박사방’ 재판이 중요한 이유 | 수원: ‘성착취’가 등장하다 | 인천: 연대자들을 향한 위협 | 춘천: 지역 활동가들의 힘 | 창원: 수기를 불허하는 공개재판 | 안동·김천: ‘갓갓’ 이전과 이후 | 울산: ‘디지털 네이티브’가 적힌 판결문 | 제주: 호통에 가려진 것들 | 부록 1: 한눈에 읽는 지역별 재판 결과 | 부록 2: ‘n번방’, ‘박사방’, ‘프로젝트n번방’ 사건의 평균 형량·보안처분 | 부록 3: 텔레그램 성착취·성폭력 사건의 수사와
그 판결은 대체 뭘 먹고 자랐을까?
비법률가 시민이 들여다본 법정의 풍경

성폭력 피해자들이 마주하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사법 시스템의 간극은 이미 알려져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도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거기까지라는 점이다. 언젠가부터 외부의 비판은 ‘솜방망이’라는 단어에 멈춰져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용어부터 논리까지 ‘전문 영역’으로 여겨지는 사법 시스템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서일 것이다.
‘비법조인 시민’의 눈으로 꼼꼼하고 꾸준하게 사법 시스템을 들여다본 저자가 제일 먼저 주목하는 이들은 판사다. 그가 보기에 한국의 재판부는 ‘재량’이 많이 보장되어 있으며, 처벌이 ‘솜방망이’가 된 원인도 상당 부분은 여기에 있다. 예컨대 2020년 대법원은 디지털 성범죄에 최대 29년 3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마련했지만, 판사가 재량으로 법정형을 2분의 1까지 깎을 수 있는 ‘정상참작감경’ 제도가 존재하는 한 엄벌이 요원하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로 보여준다. 피해자의 의사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합의’ 또한, 그 과정에서 추가 가해에 빈번하게 일어나는데도 이런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는 재판부가 드물고, 오히려 가해자가 합의에 실패하든 성공하든 실제로는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라는 말은 흔히 판사의 독립과 재량을 강조할 때 사용된다. 그러나 저자는 과연 판사들 스스로는 이 말을 지키고 있는지 되묻는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 사이트의 운영자였던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재판의 불허 사유에서 볼 수 있듯 시민들의 상식과 동떨어진 논리가 담겨 있는가 하면, 가해자를 선처할 때 ‘진지한 반성’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리며 판에 박힌 듯 부실한 판결문을 내놓는 모습도 전국 법원에서 목격된다고 꼬집는다. 피해자가 법원에 나와 말해주길 바란다면서도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지는 고민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들을 준비는 하고 있는지도 묻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