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 의술은 자연의 변증법
의학에서 자연의 개념은 이미 히포크라테스 의학에서부터 제기되고 있는 역사가 깊은 문제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하는 자연은 달리 말해 자연치유력이다. 히포크라테스 의학이 자연치유력을 강조한 것은 당시의 의학이 가진 효과적 개입 수단이 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 시대 이후 의학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그 성과들은 일견 히포크라테스적 자연치유 사상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캉길렘은 효과적 치료수단이 발달하여 적극적 개입을 위주로 하는 현재의 의학이 비(非, non-히포크라테스적이긴 하지만 반(反, anti-히포크라테스적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의학이 발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전히 치료의 한계는 존재하며 자연치유력은 그 한계 안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캉길렘은 의술과 자연의 관계를 “의술은 자연의 변증법”으로 표현했다. 또 한편으로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는 자연에 속하지 않는 것을 자연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지였다. 그러나 자연의 한계에 상대적으로 구애받지 않게 된 현대에는 자연에 속하지 않는 것도 자연에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달리 말해 자연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도록 자연에게 강요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그런 요구를 자연에게 하지 않는 것이 무지가 된다. “의술은 자연의 변증법”이라는 캉길렘의 말은 그렇게도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질병 - 존재의 취약함을 경고하는 실존적 사건
이 글은 백과사전의 항목으로 집필되었기 때문에 개인의 견해보다는 해당 주제에 대한 기존의 다양한 논의를 요약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기술된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 나타나는 한 가지 특징은 질병의 실존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질병은 살겠다고 요구하지 않았지만 살도록 강제된 인간이 결국 지불해야 할 대가다. 죽음은 생명 안에 들어 있으며, 질병이 그 표식이다”와 같은 부분이나 “질병은 생명체가, 혹은 인간이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