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1부
태초의 여자들
2,000년 동아시아 여성사의 시초, 한나라 유향의 《열녀전列女傳》
1장 신화가 된 모성 | 모의전母儀傳
● 천하의 주인을 결정하다 - 순 임금의 두 부인
: 어머니이자 열녀烈女, 가장 이상적인 여성상의 원형
● 왕실의 기강을 바로 세우다 - 주나라 왕실의 세 어머니
: 삼대에 걸친 시어머니·며느리·손자며느리, 가부장적 모성의 전형
● 성인을 길러 내다 - 맹자의 어머니
: 남성보다 더 남성적인, 권위와 예법의 수호자
2장 지혜로운 아내 | 현명전賢明傳
● 남편의 삶은 제가 잘 알지요 - 노나라 현인 유하혜와 검루의 아내
: 독립적이고 지적인 여성들, 그 사유의 ‘언어’를 보다
● 스승과 군자로서의 아내 - 초 장왕 부인 번희, 제나라 마부의 처
: 뛰어난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의 담지자
● 문밖의 수레 자국이 어찌 그리 깊습니까 - 초나라 은자 접여, 오릉자종, 노래자의 아내
: 현명한 여자는 사치하지 않는다
3장 미래를 읽는 여자 | 인지전仁智傳
● 제 아들은 그 아비만 못합니다 - 조괄의 어머니, 진나라 백종의 아내
: 정치적 현실과 권력 관계 분석에 기초한 ‘피화의 지혜’
● 충신을 분별하는 사려 깊은 안목 - 위 영공 부인, 노나라 칠실읍의 여자
: 나라를 염려하는 여성들의 행방
4장 열녀烈女의 기원 | 정순전貞順傳
● 부인의 도리는 오직 하나일 뿐입니다 - 채 나라 사람의 처, 여 장공 부인 , 초 평왕 부인 백영, 식 임금 부인, 양나라 과부 고행
: 여자의 자발적 선택은 어떻게 여성 억압의 도구가 되는가
● 예에 어긋난다면 죽는 것이 낫습니다 - 소남 땅 신씨의 딸, 제 효공 부인 맹희, 송 공공 부인 백희
: 남녀의 본분 차이를 교육하기 위한
유교-가부장제가 2000년간 구축한 ‘열녀 서사’가 여자들의 다양한 삶을 어떻게 대상화하고 통제하려 했는지를 낱낱이 드러내는 책. 동아시아 여성 서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열녀전에 숨겨진 여성 억압적 이데올로기의 기원과 진화를 추적한다.
이 책은 중국 한나라 유향의《열녀전列女傳》과 조선의 ‘열녀전烈女傳’에 사용된 ‘모범적이고 순종적인 여자 만들기 전략’들을 정교하게 추출해 보여 준다. 19세기 한문 야담, 20세기 구전설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실제 열녀의 한글 유서까지 망라하며 가부장제의 존속을 위해 기획된 서사가 미처 은폐하지 못한 여성의 욕망과 진짜 목소리를 발굴하고, 여성이 자신의 입장에서 남긴 기록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젊은 여성들의 성적 자유를 비난하고 그들의 고통과 죽음을 유희거리로 삼는 이야기, 어머니의 모성애와 아내의 희생을 찬양하는 수많은 말과 글은 21세기에도 여러 매체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재생산되고 있다. 이 책은 남성 중심적 여성 서사들에 내재된 의도와 논리를 간파하게 해 주는 도구가 될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를 고발하는 여성 피해자에게 ‘정조’를 운운했다. 신문기사에는 아직도 ‘미망인(未亡人,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인다. 일명 ‘돌싱’ 중에서 재혼의 명분을 굳이 한 번 더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들이다. 이젠 실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열녀(烈女, 정절을 지킨 여자’라는 오래된 신화가, 외피를 바꾸고 파편화된 형태로 한국 여성들의 평판과 선택에 유효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다.
여성의 성적 자율성에 대한 근원적 억압의 상징, ‘열녀’. 이 기호는 어디에서 왔을까? 또 어떻게 21세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고전문학자 홍인숙은 2000년 동아시아 여성 서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중국 한나라 유향의《열녀전列女傳》과 조선 시대의 ‘열녀전烈女傳’에 주목한다. 그리고 두 개의 텍스트를 겹쳐 읽음으로써 유교-가부장제가 구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