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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내가 말하고 있잖아 -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저자 정용준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20-06-26
정가 14,000원
ISBN 9788937473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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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 있잖아

작가의 말
추천의 말
■ 세기말에 우리는
“1999년 10월의 마지막날. 늦은 오후 왕십리는 황량했다. 이슬비가 내렸고 사람들은 옷깃을 세운 채 움츠리고 걸었다.” 소설 속 어느 하루의 풍경이지만 세기말에 우리 사회는 정말 이슬비 내리는 늦은 오후 어느 황량한 길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밀레니엄 버그가 발생해 엘리베이터가 멈출 거라고 했고 인터넷이 멈춰 전산이 마비될 거라고 했으며 은행이 털릴 수도 있다고 했다. 비행기가 추락할 거라는 얘기도 있었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대로 종말이 올 거라 믿는 사람도 있었다. 다가오는 2000년을 앞두고 갖은 예언들로 들떠 있던 그때, 어떤 자리는 IMF가 할퀴고 간 폐허 위에 흉터를 드러내고 있었고 사람들은 말을 잃은 듯 침묵하고 있었다. 그때 그 시절, 세상이 다 망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도, 할 말을 잃고 침묵하던 사회도 모두 실어증의 시대를 지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IMF 키즈’로서 정용준 작가가 그리는 세기말의 풍경이다.

■ 외로운 열네 살 인생
‘나’는 1급 말더듬이다. “넌 왜 사냐? 쓸모없고 말도 못 하고 친구도 없고 늘 괴롭힘만 당하잖아. 왜 살아?” ‘나’에게는 말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 말고도 골치 아픈 일투성이다. 학교에서 외톨이인 건 둘째 치고 국어 선생이라는 자가 걸핏하면 일어나서 책을 읽으라고 시켜 대는데 ‘나’는 그 일방적인 행위에 석연치 않은 저의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두운 법. 진짜 적은 가까이에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엄마다. 엄마는 ‘나’와 달리 잘해 주는 사람과 금방 사랑에 빠져 버리는 바람에 상처도 많이 받는다.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는 엄마는 집에 오면 술을 마신다. 엄마의 상냥한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나’는 114로 전화한다. 전화 안내원으로 일하는 엄마의 친절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전 애인과 다시 만나는 중인데, 심지어 그 애인과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 ‘나’는 걸핏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