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서곡
말
<제1부 혜시와 장자의 대화>
물고기의 즐거움
원숭이와 저공
말
<제2부 무하공과 맹랑자의 대화 1>
시간과 공간
말의 의미와 사실성
나이
<제3부 무하공과 맹랑자의 대화 2>
우주의 그림과 시ㆍ공간
우주의 근원
너무 큰 수렁
―블랙홀과 무―
<제4부 동물의 대화>
기와 현과 뱀과 바람 그리고 눈과 마음
오리와 학의 대화
하루살이와 거북이의 대화
하루살이와 모기의 대화
<부록>
테레사 수녀와 하나님 그리고 철학하는 사람과 진리
―하나님과 진리―
고대 동양 철인들이 생각한 우주론
―동양 우주론과 블랙홀―
한국사상과 풍류
―노래와 춤―
‘물(物’과 ‘박(樸’의 언어적 변주
시간과 공간 그리고 말(언어. 제목으로 꼽아놓은 세 소재 가운데서도 ‘말’은 중추 역할을 맡는 핵심 키워드다. 대화편 본장이 시작되기 전 서막에서 저자는 이렇게 운을 뗀다. “말은 존재의 옷이다. 존재가 입고 있는 옷이 말이다.” 누군가에 의해 “존재의 집”에 빗대지던 무거운 언표가 아니라, 말은 차라리 세상 모든 존재자들의 피부에 맞닿는 옷이다. 우리가 ‘주식의’라 하지 않고 ‘의식주’라 하듯, 문명 속 인간에게 먼저 긴요한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그러한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마주서는 ‘존재자’”인 물(物과 그러한 “옷을 입지 않고 발가벗은 몸으로 있는 ‘존재’ 그 자체”인 박(樸 얘기를 세운다.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적 표현으로 구분해보자면, 물은 인식대상으로 또는 관찰대상으로 마주서는 모든 존재현상을 말하고, 박은 무물(無物이자 무명(無名으로서 자연(自然 또는 실상(實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이 ‘물과 박’이란 토대 위에서 벌어지는 ‘말’의 향연이다. 책에 소환된 다양한 인물/동물상은 물과 박이 만들어낼 변증적 서사에 하나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입장 다른 이들의 대화란 게 때론 입씨름처럼, 때론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정작은 ‘존재자와 존재’, ‘개념/물상과 실상’, ‘형식과 실재’, ‘유와 무/일’ 등의 문제를 놓고 그간 동양철학이 벌여온 담론사의 등줄기를 관통해버린다. 문명 속 인간이 벗어버릴 수 없는 ‘말’로써 화제들이 풀려나오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집착하지만 누군가는 폭로하고, 누군가는 통찰하지만 누군가는 초월하는 셈이다. 허구의 형식을 택한 이 철학 이야기는 이렇게 박진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얼개와 속
크게 보면 저자는, 소설은, 물(物의 허상과 한계를 고발하고 그 속박을 벗겨내려는 입장에 서 있다. 그러고 나면 남는―드러나는―것은 박(樸의 실상. 다음은 그 속내가 간취되는 누군가의 대사들이다.
“언어는 동일성, 보편성, 불변성의 기반 위에서만 그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