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없는 하늘, 계절이 사라진 세계
잃어버린 것을 갈망하는 ‘그날’의 모습들
우리는 살아가며 어떤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변한다. 지구가 보내고 있는 수많은 경고에도 자성이 없다면 결국 인류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그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주혜 작가의 〈여름, 우리가 주머니에 훔쳐 온 것들〉, 임어진 작가의 〈디아-스페로 K〉, 최상희 작가의 〈하지의 소녀〉 이 세 편의 수록작들은 언젠가 맞이할 ‘그날’ 이후의 지구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여름’이라는 단어가 없고, 고개를 올려다본 하늘에는 태양이 없다. 높아진 해수면과 득실거리는 매미나방으로 삶의 터전마저 잃는다.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잃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처음부터 가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연하게 여겼지만 사실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 어쩌면 우리는 미래의 누군가로부터 아주 소중한 것을 빼앗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위기의 전조는 일상 도처에 깔려 있다. 지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경고를 보내고 있다. 스위스의 빙하가 모두 녹아내리기 전에, 꽃매미보다도 더 흉측한 돌발 해충이 일상을 점거하기 전에, 우리는 지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금희 작가의 〈유채꽃 피는 여름〉, 박유진 작가의 〈무단 어드벤처〉, 신현수 작가의 〈첫사랑 49.5℃〉, 탁경은 작가의 〈쓰레기 산〉은 일상에 도사린 기후 위기의 전조들을 현실과 적절하게 매치하여 그려냈고, 나아가 일상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지구가 망하게 생겼는데 결석이 뭔 대수?”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주저앉지 않고 우뚝 선 사람들
《첫사랑 49.5℃》에 수록된 일곱 편의 작품들은 저마다 다른 소재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작품 전반에는 공통된 정서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바로, 희망이다. 아무리 비관적인 상황일지라도 그들은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