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시간에도 회복이 어떤 얼굴을 하고 나를 찾아왔는지 기억할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하게 사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을 버텨내는 일까지는 무난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2017년 여름, 내 시간은 계속 그 위를 맴돌아 흐른다
『다시 내가 되는 길에서』는 한 개인이 사회적 폭력으로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써온 4년의 기록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 최현희는 ‘마중물샘’으로 불리며 학교 안 페미니즘 교육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사건으로 ‘페미니즘 리부트’가 일어나고 오랫동안 개인적이고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어온 여성의 경험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며 언어가 생겨나던 와중이었다. 그러나 2017년 여름, 저자가 학교에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한 온라인 매체와 가진 인터뷰가 ‘일베’ 등의 사이트로 퍼져나가며 저자는 순식간에 엄청난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대부분 남학생들이 전유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로 시작하는 5분 남짓한 짧은 영상은 급기야 저자가 ‘남학생을 혐오’하고 ‘동성애를 조장’하는 교사라는 왜곡된 헛소문으로까지 이어졌다. 저자가 속한 학교와 교육청에 악성 민원이 밀려들었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의 언론사가 사실 확인도 없이 관련 기사를 내보내면서 저자는 수구 단체로부터 ‘아동학대’로 고발을 당하기에 이른다.
마중물샘은 이 모든 파도를 지나고 나면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인터뷰에 응하고 강연을 하며 교사로서의 명예와 페미니즘 교육의 대의를 지키는 것에 몰두했다. 그러나 사건이 일단락되고 연대해온 이들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후에도 마중물샘은 예전의 일상을 되찾지 못했다. 건강 악화와 수면 장애, 불안과 무기력, 공황이 지속되었고 자기연민과 타인에 대한 원망 등 고통스러운 감정에 날마다 시달렸다. 병휴직과 복직을 거듭하던 중, 마중물샘은 큰 병을 발견하고 수술을 받기에 이른다.
부서지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