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물성을 활용해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특별한 그림책
“읽히고 싶지 않은 책을 읽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지금이라도 다른 책을 읽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잠들기 전 책을 읽어 달라고 조르는 아이. 어른은 흔쾌히 얼마든지 읽어 주겠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아이가 찾아온 책은 아주 특이한 책이었다. 바로 ‘읽히고 싶지 않은 책’. 읽히지 않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책을 읽어 주기 위한 어른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먼저 운전대로 변신한 책은 앞으로 다양한 ‘과제’ 앞으로 독자들을 데려다줄 것을 암시한다. 책을 흔들고, 돌리고, 불고, 만져야 하는 다양한 장치들은 다음 장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글자가 커졌다가 작아지고 또 낯선 이미지를 등장시켜 장면을 전환하는 등 이야기의 흐름이 마치 노래하듯 리드미컬하다. 이야기가 가진 운동성과 독자가 직접 참여하는 부분이 결합하여 ‘읽히고 싶지 않은 책임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게 하는 동력이 되어 준다.
또 책은 응당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적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당연지사’를 깨고 낯선 단어들이 등장하거나 모음이 뒤바뀐다. 또 책장의 생김새를 이용해 날개가 되어 도망치려 하고, 책의 사면을 따라 글자가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이처럼 책의 물성을 활용하고 뒤트는 이 그림책은 오히려 어린 독자들에게 책의 매력을 오롯이 전달해 낸다. 새로운 독서 경험으로 책 읽기에 재미 붙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읽는 양육자와의 유대감 또한 돈독하게 채워 주는 그림책이다.
■ 화면을 종횡무진 누비는 타이포그래피
이 책은 글자와 일부 판화 그림 요소만을 이용해, 글자의 크기와 배치로 이야기의 흐름을 완성한 타이포그래피 그림책이다. 글자들은 줄과 칸 사이에 갇혀 있기도 하고, 책 밖으로 비어져 나가기도 하며, 뚝 떨어졌다가 올라오고, 커지고 작아지길 반복한다. 이렇게 화면을 종횡무진 누비는 글씨들이 이야기에 속도감과 생동감을 부여해 다채롭게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