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
곧장 날아와 박히는 분명한 시선과 메시지
김 판서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언론을 장악해 여론마저 조작한다. 그가 휘두르는 권력에 주인공 결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다치고 억울한 일을 당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김 판서와 같이 불의의 편에 선 사람들은 있어 왔다. 그러나 권력자의 욕심에 맞서 끝까지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했던 사람들 또한 언제나 있었음을 이 소설은 돌아보게 한다.
또 작가는 시종일관 결의 감정과 속마음을 굉장히 직접적으로 말해준다. 기쁨도 슬픔도 모두 숨기지 않는다. 그 안에서 결은 세상의 불의를 향해 맑게, 순수하게 분노한다. 아무리 큰 권력과 어려운 상황이 위협해 와도 부릅뜬 눈을 감지 않고 꼿꼿한 무릎을 굽히지 않는다. 그 맑음 속의 강인함은 곧 ‘민간 인쇄 조보 발행’이라는 용감한 한 걸음으로 이어진다.
여러 사람의 노력 덕에 오늘날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은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나 그 면면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노라면 여전히 정의로운 세상이 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책을 읽으며 결과 함께 순수한 분노를 느꼈다면, 자신보다 덩치가 수백 배나 큰 상대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큰 정의감과 선한 의지로 힘껏 나아가는 결을 진심으로 응원했다면 그 마음을 이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향해 풀어놓을 때다.
책 속에서
“독과 약은 따로 있지 않고 그 쓰임에 따라 나눠지는 법이지. 생명을 키우고 살리는 밭처럼 글도 그리 써야 한다.”
_18쪽, 글 밭
“찾아봐야죠. 하고자 하는 일이 옳은 일이라면 방법은 꼭 있다고 믿어요.”
_64쪽, 제비꽃 씨앗
“담이 너, 만약 앞을 볼 수 없다면 어떨 거 같아?”
“눈이 안 보인다고? 엄청 답답하고 무서울 것 같아.”
“글을 모르면 그렇게 돼.”
_74쪽, 외숙부의 압력
“아까 담이가 조보라고 한 소리는 뭐야?”
“아, 우리 집 조보라고 만들었…….”
결은 말하다 말고 멈칫했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