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종교, 인류학, 심리학, 생물학을 넘나들며 밝혀낸
‘군중’과 ‘권력’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관한 성찰
198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최고의 르네상스적 지성 중 한 사람인 엘리아스 카네티Elias Canetti가 35년간의 치밀한 조사와 분석 끝에 발표한 불후의 고전 《군중과 권력》 개정판이 출간됐다. 1960년에 독일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국내에는 엘리아스 카네티가 198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직후 1982년 반성완의 번역으로 한길사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1992년 강두식, 박병덕 공역으로 학원사에서 출간되었다. 바다출판사는 저자 엘리아스 카네티 측과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강두식, 박병덕 번역의 학원사판을 개정하여 2002년에 양장본 《군중과 권력》을 출간했다. 이후 2007년부터 절판되었다가 연이은 독자들의 개정판 출간 요청이 있었을 뿐 아니라 21세기의 한국에서 다시금 엘리아스 카네티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개정판을 출간한다.
출간과 동시에 “군중의 본질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함으로써 인간사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의 토대를 마련한 책”(아놀드 토인비,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재조명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주는 책”(아이리스 머독 등의 격찬을 받은 《군중과 권력》은 단숨에 유럽 사상계의 고전으로 자리 잡으며, 카네티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노벨상을 타는 데 이 작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군중과 권력》은 제목처럼 이원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전반부가 군중의 다양한 형태를 분석하고 그 역학을 규명하는 부분이라면, 후반부는 그런 군중이 어떻게 권력에 길들여지고 복종하는가를 밝히는 부분이다. 카네티가 군중으로 간주하는 것에는 폭동이나 혁명의 순간에 드러나는 파괴적인 전형적 군중에서부터 극장이나 경기장의 정체된 군중, 종교적 군중으로 대표되는 느린 군중 등 다양하다. 심지어 죽은 자, 악마, 천사와 같은 보이지 않는 군중, 미래의 후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