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정체성을 찾아 떠난 달이의 모험담
『달이의 영혼 구슬』은 여우 구슬 설화와 구복 여행 설화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영혼과 정체성에 관한 그림책으로, 신예 김상규의 첫 번째 창작 그림책이다.
달이는 까마귀들한테 영혼 구슬을 빼앗기고,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는다. 구슬 안에 자기 영혼이 담겨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영혼 구슬이 없어도 너는 분명히 여우라고 하지만, 달이는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 영혼이 없는데, 어떻게 여우일까? 달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홀로 여정에 오르는데, 이 모험담에는 세 인물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등불처럼 빛나는 뿔을 가진 사슴이다. 남들에게 자랑하는 멋진 뿔이지만 그것은 너무 무겁다. 혼자선 일어설 수 없을 정도다. 달이는 사슴을 부축해서 일으켜준다. 사슴은 고맙다면서, 달이에게 뿔 한 가지를 꺾어준다. 뿔이 내뿜는 환한 빛 덕분에 달이는 어두운 동굴을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고치 속 산누에나방이다. 산누에나방은 고치 속이 따스하고 안전하지만, 세상을 볼 수 없어서 답답하다고 말한다. 달이가 고치를 할퀴어주자, 산누에나방은 비로소 밖을 볼 수 있게 됐다. 산누에나방은 고맙다면서, 달이에게 고치실을 선물한다. 따뜻한 고치실 목도리 덕분에 달이는 얼음산의 추위를 견딜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추위에 떠는 두더지다. 두더지는 고집스럽게 한쪽으로만 굴을 파다가 추운 얼음산까지 이르렀다. 달이는 두더지에게 따뜻한 곳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두더지는 고맙다면서, 까마귀 떼가 오늘 밤 여우골로 향했다는 정보를 준다.
이렇게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면서 달이는 조금씩 성장한다. 소중하게 여겼던 것을 덜어내야 자유롭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슴의 뿔, 산누에나방의 고치, 두더지의 고집이 바로 그것이다. 달이는 자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 헤매는 영혼 구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구슬은 더없이 소중한 것이지만, 자기를 옭아매고 있는 사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