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스스로 -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43 (양장
저자 신수지
출판사 고래뱃속(아지북스
출판일 2022-09-05
정가 14,000원
ISBN 9791190747813
수량
위기와 허기를 만나는 방법

울퉁불퉁한 산길을 만났습니다. 그러자 날카로운 돌부리를 피하기 위해 새카만 공에서 발과 다리가 뻗어 나왔습니다. 뾰족뾰족 덤불숲은 어떻게 헤쳐 나가면 좋을까요? 막막하게 막힌 길에 출구를 만들어 줄 손과 팔이 뻗었습니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아이에게, 스스로를 지탱할 힘이 생겼습니다.
위기는 처음 만났을 땐 너무도 압도적이어서 우리를 꺾기 위해 다가오는 것만 같지만, 바로 그 위기를 전환점으로 우리는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커다란 힘이 바로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배워가듯이요. 이제 아이에겐 다가오는 길들에 예기치 못하게 닥쳐 오는 위기의 순간들을 씩씩하게 헤쳐 나갈 두 팔과 다리의 힘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쓱쓱 길을 개척하고 나면, 소진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자연스레 찾아오는 허기를 채워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감각이 깨어나야 하지요.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법을 배운 아이는 감각의 욕구를 채우는 일도 스스로 하게 됩니다. 새카맣게 닫혀 있던 얼굴에 감각의 길을 여는 숨구멍이 트입니다. 코와 입이 열렸습니다. 숨길이 트이면 아이는 커다란 호흡을 통해 열린 감각으로 세상을 맛봅니다. 스스로 손을 뻗어 딴 열매는, 이전에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것처럼 달고 시원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의 가슴속도 한여름 탐스러운 과일처럼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세상과 친구가 되는 아이는 성장한다

그렇게 한 번 감각이 열리고 나면, 그 길을 통해 더 다채로운 감각의 향연이 펼쳐지기 시작하지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은 휘파람 소리가 웅장한 합창으로 번져 갑니다. 새들의 노랫소리입니다. 아이는 아름다운 자연의 노래를 듣고 감각의 즐거움을 느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 마음은 다만 보이는 것을 보고 들리는 것을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 너머, 들리는 것 너머까지 보고 듣고 싶은 마음. 바로 눈앞의 세상과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