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7
1장 구축주의의 길
1. 단서들 19
2.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구축주의 역사 26
2장 1920년대 신흥문예운동과 김복진의 형성예술
1. 카프와 『문예운동』 75
2. 마보(MAVO와 ‘의식적 구성주의’ 87
3. 김복진의 형성예술론과 나형선언 초안 117
3장 연해주 시각문화 속 구축주의
1. 조선인(고려인 디아스포라 시각문화 155
2. 『선봉』과 구축주의 한글타이포그래피 161
3. 연해주 삽화와 녹색고양이 173
4장 가상공간의 구축자, 이상
1. 서막: 이상과 ‘앎의 눈’ 215
2. 선언: 절대주의 우주와 새로운 인간 223
3. 전개: 우주적 공간, 삶과 부활 239
4. 가상공간 구축과 사물주의 245
5장 1930년대 조선과 구축주의 267
부록 김복진, 「신흥미술과 그 표적」 291
사진출전과 참고문헌 304
김복진과 이상, ‘삶의 예술’을 구축하다
― 어두운 현실을 넘어서는 예술의 힘에 대하여
구축주의는 사회변혁운동이다
“예술이란 절름발이 세대의 사회적 삶의 산물”이라고 알렉세이 간은 말했다. 인간의 역사는 위기의 반복이고, 인간은 위기와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 이런 암담한 현실을 넘어설 힘이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만들어 내는 ‘예술’이다. 100년 전 일제강점기라는 상실의 시대에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간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예술’을 다룬 이 책 『한국 구축주의의 기원』을 통해 앞서 걸어간 이들의 지혜를 빌려 본다.
국내에서 구축주의는 그동안 일본을 통해 소개된 구성파 또는 구성주의의 맥락으로 그 용어와 개념이 이해되어 왔다. 러시아 구축주의의 개념을 다진 로드첸코에 따르면, 구성(kompozitsiia은 목적적 조직이 결핍된 것으로 제작자의 취향에 따른 요소 선택의 문제인 반면, 구축(konstruktsiia은 목적에 따라 요소와 재료를 조직하는 것이다. 즉, ‘기하학적 추상미술’과 동일시되기도 하는 구성주의는 순수회화의 시각요소 배치를 통해 현실에서 벗어난 내면세계를 표현한 예술이며, 구축주의는 목적과 본질을 담고 있으면서 개인과 사회의 운동성과 공명하는 예술로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김복진의 구축주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 해방의 길을 찾아내다
1920~30년대는 국권 침탈 이후 식민지 자본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때였다. 1926년 수도 경성에는 조선총독부 신청사가 완공되었고, 조선인들은 새로운 도시적 감수성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려한 식민지 근대의 이면에는 모순적이고 살인적인 사회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 시기, 한국 최초의 근대 조각가로 알려진 김복진은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를 이끈 조소예술가이자 문예운동가로서, ‘형성예술’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