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거대한 발견에 이르는 길목에 서 있다.”
적군의 포격과 죽음의 위협 속에서
철학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발견하다
“내 작업은 논리의 기초에서 시작하여 세계의 본질까지 확장되었다.”
- 1916년 8월 2일 일기 중에서
1차 세계 대전 참전은 비트겐슈타인의 일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유럽의 최상류 사회를 누비던 도련님은 금욕적인 구도자가 되어 미증유의 철학서 《논리철학논고》와 함께 돌아왔다. 막대한 상속금은 형제들에게 전부 나눠주었고, 철학계에서도, 빈 사교계에서도 자취를 감추었다. 대체 전쟁터에서 그는 무슨 일을 겪은 것일까? 가족의 증언처럼 전쟁을 겪으면서 성인(聖人이 된 것일까? 아니면 러셀이 말했듯 신비주의자로 전락한 것일까? 수학 기초론과 논리학에 국한되어 있던 그의 사유가 전쟁을 거치면서 형이상학, 윤리학, 미학 등의 영역을 아우르는 위대한 철학의 반열에 올라선 것만은 사실이다. 그 스스로도 이 기간의 정신적 여정이 “논리의 기초에서 시작하여 세계의 본질까지 확장되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젊은 비트겐슈타인의 삶과 철학을 이해하는 일은 그가 치른 전쟁을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진짜 전쟁은 이제 시작될 것이다. 그와 함께 삶도 시작될지 모른다! 어쩌면 죽음과의 가까운 거리가 삶의 빛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신께서 내게 깨달음을 주시길!”
- 1916년 5월 4일 일기 중에서
전쟁 발발 당시 비트겐슈타인은 대학을 졸업한 상태였기에 일반병 징집 대상이 아니었고, 단년 복무 후 소위로 임관될 수 있었음에도 이등병으로 입대하기를 택했다. 가족의 죽음을 비롯해 러셀 및 무어와의 학문적 결별, 제도권 학계와의 불화 등으로 실존적 절망과 철학적 난관에 부닥치자, 새로운 인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자신을 전쟁터로 내던진 것이다. 전장에서 그는 함께 생활하는 동료들과 불화를 겪으면서 타자와 세계의 존재를 온몸으로 직면하고, 죽음이 목전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숱하게 통과하며 실존에 관한 깊은 통찰에 도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