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욕망의 기하학
1. 스피노자 철학의 근본원리
초월성의 부정 | 신 즉 자연 | 자연의 필연성
2. 미신과 종교
미신의 기원 | 목적론적 자연 해석 | 성서는 미신인가
3. 종교와 상상
예언과 예언자 | 신의 선택과 신법 | 기적
4. 성서의 본질
성서 해석방법론 | 역사적 절차 | 비판적 절차
5. 개인의 욕망과 국가의 욕망
사회 구성의 원리 | 사회구성 이론의 실증 | 관용의 원리
6. 욕망과 수동적 삶
욕망의 기획 | 수동적 감정 상태 | 마음의 동요
7. 성찰의 삶을 향하여
실천적 위기와 결단 | 지성의 개선 | 존재의 체계를 향하여
8. 존재론 기초: 실체와 속성
실체 | 신과 신의 속성들 | 물질과 사유
9. 신적 산출과 무한양태
신의 인과성 | 직접무한양태 | 간접무한양태
10. 인간의 본성: 유한양태
평행론과 인간 | 인간 본성의 비결정성 | 인간 본성의 정립
11. 욕망과 시간성
욕망의 분할 | 욕망의 회복 | 욕망의 영원성
12. 욕망과 지성
은폐된 지성 | 지성의 발현 | 충만한 지성
13. 욕망의 완성
신의 지성적 사랑 | 지복 | 죽음과 지혜
참고문헌
지은이 후기
삶이 있는 한,
욕망은 결코 은폐될 수 없다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다. 욕망을 보존하고 강화하려는 성향은 삶을 지배한다. 욕망은 안정적으로 전개될 수도, 소모적으로 낭비될 수도 있다. 욕망의 낭비와 욕망의 완성 사이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펼쳐진다. 스피노자는 욕망의 구조를 샅샅이 살피고 욕망의 다양한 작동방식을 개념화했다. 욕망의 체계는 욕망의 여정을 다차원적으로 그려낸 ‘욕망의 기하학’이다.
그렇다면 욕망의 완성이란 무엇일까? 욕망의 완성은 욕망 주체가 자신의 근원과 실상을 이해하고 감정의 원인을 인식하면서 느끼는 기쁨의 지속 상태이다. 이성만을 따르면서 욕망을 완성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몽상이다. 욕망의 여러 차원을 그린 욕망의 지도는 단순치 않다. 삶의 근원적 활력인 욕망이 변질되고 소모되는 수동적 감정 상태에서 허우적대는 이들에게 이성을 통한 욕망의 완성을 논증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렇다면 스피노자는 욕망의 완성을 이루었을까? 스피노자는 유대교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유대공동체로부터 파문당했다. 그의 경험은 철학 체계 속에서 해소되며 개념화되고, 이 체계에서 영속적인 기쁨이 욕망의 완성으로 제시된다. 그는 한 편지에서 “진리는 진리에 대립하지 않습니다. 제가 단 한 번도 결함을 발견하지 못한 자연적인 이해 능력에서 획득한 결실은 저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라고 한다.
이단의 철학자, 스피노자
철학을 신학으로부터 구해내다
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대공동체에서 태어난 스피노자는 유대교를 자신의 종교로 받아들이지도, 자기 삶의 원리로 활용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가 내세운 ‘신 즉 자연’은 유대교뿐 아니라 기독교의 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개념이었다. 스피노자의 신은 자연이다. 자연의 바깥은 없다. 모든 것은 신 안에 있다. 자연을 넘어선 초월이 없으므로 스피노자의 철학은 내재론이다. 신이 유일하다고 말하는 것도 부적합하다. 신은 자연 전체이다.
욕망의 기하학은 ‘신 즉 자연’이라는 개념 안에서 펼쳐진다. 신이 자연 바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