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이름 없는 소년들
가난 때문에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오게 된 인도 소년 고팔의 가족. 하지만 도시의 화려한 불빛은 그들의 미래를 조금도 밝혀 주지 못한다.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낯선 아이의 말을 믿고 따라간 고팔은 어딘지 알 수 없는 건물에 감금되어 강제 노동을 하게 된다. 그곳에는 고팔 외에 다섯 명의 소년들이 더 있었는데 이들은 서로 이름도 모르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다.
원래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던 고팔은 함께 일하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살았던 고향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깃거리가 바닥나면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미래의 꿈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갇힌 몸처럼 마음까지 꼭꼭 닫혀 있었던 소년들은 고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잊고 지냈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사람의 이름은 단순히 호칭의 수단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래서 흔히 상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묻게 되는 것이 이름이다. 하지만 감금된 상태에서 강제 노동과 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소년들에겐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호의가 연대로 이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 주는 청소년 소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고팔은 함께 일하는 아이들의 외형적 특징을 따서 이름을 붙여 주고, 자신의 이야기와 상상 속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은 점차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진짜 이름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한 발짝씩 다가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소년들은 힘을 모아 지옥 같은 강제 노동에서 극적으로 탈출하게 된다. 서로를 경계하며 섬처럼 고립되어 있던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변화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스토리텔링이 정서적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갇힌 소년들은 이야기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