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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우정 - 모리스 블랑쇼 선집 6 (양장
저자 모리스 블랑쇼
출판사 그린비
출판일 2022-09-02
정가 32,000원
ISBN 9788976826886
수량
『모리스 블랑쇼 선집』을 간행하며4

1. 예술의 탄생13
2. 박물관과 예술과 시간34
3. 박물관의 고통80
4. 백과사전의 시대95
5. 번역하다105
6. 위대한 축소주의자들113
7. 영점(零點에 선 인간131
8. 느린 장례148
9. 공산주의에 대한 접근(필요와 가치165
10. 마르크스의 세 가지 말173
11. 기대를 저버린 종말론178
12. 전쟁과 문학191
13. 거부193
14. 파괴하다196
15. 헛된 말203
16. 천사와의 싸움225
17. 몽상하다, 쓰다243
18. 수월한 죽음257
19. 신들의 웃음290
20. 위반에 관한 짧은 메모314
21. 단순함을 향한 우회324
22. 전락과 탈주347
23. 동일화의 공포358
24. 흔적들375
25. 곡과 마곡395
26. 카프카와 브로트415
27. 마지막 말435
28. 최후의 마지막 말456
29. 우정497

옮긴이의 말505

관계 맺지 않으며 관계하는
자유로운 우정의 가능성

블랑쇼는 조르주 바타유의 ‘공모적 우정’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우정』을 시작한다. 이때 공모적 우정이란 ‘어떤 종속성도, 어떤 일화성도 없는 우정’을 가리킨다. 이것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와 같지 않은 자, 절대적 타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은 채여야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타인을 나와 동일시하는 오류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실망을 경험한다. 그러나 우정은 ‘절대적 가까움’을 뜻하지 않는다. 블랑쇼는 ‘어떤 절대적 거리’를 가지는 우정을 통해 기존의 통념을 거부한다. 그리고 그가 공모적 우정을 느끼는 동시대 작가들을 소환하여, 비평으로서 그들과 연대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표제작인 「우정」에서 블랑쇼는 바타유의 죽음을 통해 ‘죽음’이라는 이별이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핀다. 죽음은 ‘추억’하고 대화를 이어 가기를 강요한다. 즉 죽음이 분리를 지워 버림으로써 둘 사이의 공허를 사라지게 하는데, 블랑쇼는 이를 경계한다. ‘분리’는 언제나 존재했던 것으로, 블랑쇼는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연결되어 있는 관계’, ‘말 없는 신중함’을 추구한다. 이는 소통을 관두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말의 침묵 속에서 서로가 연결되는’ 우정의 방법이다. 즉, 서로에게 현존이 되어 주는 것이다.

너 자신이 되지 말라,
인간이란 ‘끊임없이 극복되어야 할 무엇’이기에

‘현존’은 블랑쇼의 화두로서, 실존은 언어와 에고가 있어야만 가능한 반면 현존에는 ‘무언어’와 ‘무아’(無我가 필요하다. 그는 ‘에고’라는 허상에 현혹되지 말고 끝없이 분열하고 해체될 것을 말하고 있다. 자신에게 익숙한 세계에 동화되면 안심을 느낄 순 있으나 자기 한계에 매몰되고 만다. 블랑쇼에게 문학은 곧 ‘에고’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인간은 이러한 퇴행성을 극복하기 위해 문학을 읽는다. 익숙한 것이 부재한 중성적 텍스트들을 통해 에고의 올가미를 벗어야 한다.
루이르네 데 포레, 미셸 레리스, 장 폴랑 등은 문학에서 이 궁극의 무, 무심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