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세상 모든 의료진에게는 저마다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가 있다 4
PART 1
강병철 흐느끼는 다운증후군 아기 산모 앞에서 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14
곽문환 “곧 가실 텐데 왜 살리세요?” 그 가족 건너편에는 아버지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아들이…, 19
안정신 삶의 믿음 준 신참 의사에게 노인이 보내온 갓 캔 ‘감자 한 박스’ 23
오연택 코로나 격리병동 노인의 쓸쓸한 죽음, 사망 후 통보된 ‘음성’ 판정 27
이낙준 “딸 결혼식만 마치고 수술 받을게요.” 나는 왜 그를 말리지 못했을까? 31
한언철 순서 기다리던 응급환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다 내 탓처럼 느껴졌다 36
정재화 병원비 없어 치료 못 받던 15세 소년, 의사와 간호사들은 기꺼이 피를 뽑았다 41
이효근 물난리 통에서도 꺼내온 약봉지, 할머니에겐 그 약이 전부였다 46
PART 2
김종필 “남편은 한센병 환자입니다.” 죽음 앞둔 아내가 눈물로 쓴 편지 52
김경중 코로나 검사받던 노인은 욕설을 쏟아냈고, 난 폭발하고 말았다 57
문윤수 뼈와 살이 으스러진 외상, 마음속 사망진단서 썼던 그가 살아왔다 62
임재만 ‘어떻게 살렸는데, 절대 못 보내.’ 구급대원들 마음의 소리 67
김결희 얼굴재건수술 받은 나이지리아 소녀의 첫마디 “저 이제 결혼할 수 있어요.” 72
윤혁 아들 이어 딸도 같은 난치병 진단, 어머니 심정은 오죽했을까? 77
박창범 “이 도둑놈아!” 약값을 확인한 노인은 의사를 향해 고함쳤다 82
양은주 의사도 환자에게 배운다, 씩씩한 그 환자는 깜짝 놀랄 재활법을 혼자서 찾아냈다 87
PART 3
김영웅 총상 소년, 화상 소녀…, 아프리카 아이들은 울지 않는다 94
권해진 봄 되면 같이 오겠다던 70대 노부부, 하지만…, 아내 혼자였다 99
양성관 간경화 말기 완월동 그녀, 술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던가 104
신재현 그의 저장강박증 뒤엔 친구 잃은 대구지하철 참사의 아픔이…, 109
이 책 《내가 살린 환자, 나를 깨운 환자》는 의료종사자들이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해 털어놓는 특별한 산문집이다. 지난 2021년 봄부터 〈한국일보〉에는 ‘내가 살린 환자, 나를 깨운 환자’라는 제목으로 의료인들이 직접 쓴 글이 연재되었다. 이 책은 그 기획물 가운데 54편을 추려내 묶은 것이다. 갓 의사가운을 입은 신출내기부터 원로 전문의까지, 지방 보건소의 간호사부터 119구급대원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는 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때로 충격적이고, 때로 눈물겹고, 때로 가슴 먹먹한 감동을 준다.
코로나 격리병동에서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은 뒤 최종 음성으로 판정된 한 남자의 시신을 수습한 뒤 도망치듯 뛰쳐나와 펑펑 울어버린 애송이 의사(오연택/27쪽. 자신의 다리가 잘려나가는 동안 너무도 평온하게 헤드폰 속 ‘When I Dream’ 선율에 취해 있던 노인을 보며 결국은 훼손되고 소멸할 수밖에 벗는 우리 삶의 본질을 너무 일찍 깨닫고 만 응급의학과 전문의(남궁인/136쪽. 강남 대형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다 죽음조차 불평등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를 충격적으로 목도한 뒤 진로를 바꿔 전 세계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게 된 경제학자(김현철/276쪽….
의료현장에서 숱하게 만나고 떠나보낸 환자들 중 자신의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사람, 오감을 흔들어 자신을 성장시키고 가치관까지 바뀌게 해준 환자와 얽힌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놓는 글들은 여러모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독자들에게 두고두고 숙고할 생각과 위로를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