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
1. 사람을 읽는다
한 걸음 떨어져 있다는 유일한 단서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제 계획이 실현될 것 같습니까?
자신의 깊은 수렁 바깥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야말로 한칼에 상대를 죽이는 작가
[붙임] 《방망이는 알고 있다》
2. 재미로 읽는다
모험이나 불행은 결코 자잘한 일로 시작되는 법이 없으니까
작가가 독자에게 속임수를 썼다는 말인가?
하나의 문장은 언제나 다음 문장을 부른다
조그만 세계를 통해 넓은 곳을 엿보려는 독자라면
하지만 세상은 굴러가고 그들도 굴러간다
[붙임] 《노란 손수건》
3. 빠르게 읽는다
게다가, 책도 없다면, 거기는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사실 나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지금 사하라를 바꾸고 있어.”
무언가를 잃기 위해선 먼저 찾아야 한다
자기 나름의 고결한 방식으로
[붙임] 《타오르는 푸른나무》
4. 느리게 읽는다
책상에서 몇 시간 떨어져 있는 동안
이미 일어났다고 알려진 일은 일어나지 않은 일보다 신비롭다
모든 사람이 이런 모자를 쓰고 있다
물어볼 가치가 있는 의문스러운 것
같은 것의 반복, 하지만 동일하지 않은 것의 반복
[붙임] 《대부》
5. 걸으며 읽는다
나머지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서서히 얽히고설키고 뒤죽박죽이 된 이 느낌
밤나무의 뒤엉킨 뿌리에서
나는 그런대로 잘해 나가고 있다
온몸으로 미칠 듯이 생생하게 예감하는 바 그대로
[붙임] 《지나가는 길에》
6. 번역을 읽는다
말은 의미를 두지 않고 문장을 만든다
인생에는 참으로 신기한 일이 많더라고
시선은 인간의 찌꺼기이다
꼭 번역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온갖 종류의 다양성을 위한 여지
[붙임] 《아가리》
7. 무작정 읽는다
내가 한층 빨리 이야기한들 무슨 소용이랴?
나는 이 책을 멀리 보고 있다
모든 숨겨진 영혼의 보석들이 드러나는 순간
세계를 읽어 낼 가능성
원더랜드에 가본 여행자
헌책방 주인장이 책을 읽는 열 가지 방법
당신의 읽기는 어떤가요?
책은 10장으로 구성했다. 각 장은 ‘사람은, 재미로, 빠르게, 느리게, 걸으며, 번역을, 무작정, 쓰면서, 겹쳐서, 여러 번’ 읽는 방법을 몇 권의 책과 함께 소개한다. 각 장의 순서는 읽는 순서와 관계가 없으니 마음 닿는 ‘읽는다’부터 만나볼 수 있다. 헌책방 주인장이 자기 돈 주고 구입한 책과 함께 현실적인 책 읽기 방법을 만나보자. 물론 이 외에 다양한 읽기는 수없이 존재한다. 자신만의 읽는 법이 있다면 책 앞쪽 빈 칸에 적어보자. ‘나는 ___ 읽는다’라고 말이다.
아울러 예시로 든 책은 2000년 이후에 출간된, 될 수 있으면 글을 쓴 시점에서 절판되지 않은 것으로 선정했다. 모두 50권이다. 헌책방을 운영한다고 해서 신간을 아예 읽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상 모든 책은 언젠간 헌책이 된다. 그래서 헌책방을 운영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신간을 사서 읽을 수밖에 없다. 헌책방 주인으로서 만난 다양한 책과, 그 과정에서 겪고 통찰하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저자 또한 책머리에서 “끝없는 변화를 통해 생동감 있는 사고를 하도록 만드는 방법에 관한 내 나름의 제안”을 이 책에 담았다고 밝힌다. 헌책방 주인장으로서 그냥 넘어가기 아쉬웠던 ‘헌책’ 이야기는 각 장 마지막에 [붙임]으로 소박하게 더했다.
책 좋아하는 이들과 마음껏 수다 떨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많은 이들의 마음에 가닿길 바란다. 저자는 “읽을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났음을 신에게 감사하며 오늘도 책장 위에 놓인 작은 책 한 권을 손으로 쓰다듬는다.”라고 말한다. 책 읽는 삶에 그 누구보다도 진심인 사람,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말이다. 자, 이제 읽지 않는 이들은 결코 알지 못할 원더랜드에서 열리는 독서 티파티에 당신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