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수도권으로 몰릴까
1960년대 이후 국가 주도 개발 정책을 펼친 결과 ‘이촌향도’라는 도시로의 인구 대이동이 일어났다. 1980년대부터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국가 정책이 펼쳐졌지만 2020년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2%를 넘어섰다.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주로 20-30대이다 보니 전국 행정 지구의 113곳, 거의 절반이 30년 이후에는 인구가 없는 지역이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디에서 살까』는 이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십대들과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자는 책이다.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상의 공간이 어떤 이들에게는 누릴 수 없는 일이라면 어떨까? 『어디에서 살까』는 왜 이렇게 수도권으로 몰리는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심각한 생활 인프라 격차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생생하게 보여 준다. 경상남도 함양군의 학생들은 놀러, 공부하러 ‘밖’으로 나간다. 제대로 된 영화관뿐 아니라 방탈출 카페, 대형 서점, 제2 외국어를 배울 학원 등이 없기 때문이다. 경상남도 거창군 남상면의 임불리에는 이틀에 한 번씩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제공해 주는 ‘만물 트럭’이 온다.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에는 읍내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딱 여섯 번 있다. 응급 의료 취약지인 함양군에는 산부인과 전문 병원이 따로 없다. 심지어 큰 병원도 없어서 크게 다치거나 급할 때는 다른 도시의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모든 시민의 ‘건강할 권리’가 수도권에서만 통하는 현실이 옳으냐고 물어야 한다는 저자들의 말이 절절하다.
한편 지방 대학의 위기에는 학령 인구 감소와 누적된 정책 실패, 국토의 불균형한 발전, 수도권 대학에 집중된 정부 지원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져 있다. 지역에서 계속 공부하고자 할 수도 있고 수능 시험을 망쳐도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데 지방 대학의 ‘벚꽃 엔딩’을 방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저자들은 질문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지만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한꺼번에 겪는 지방의 농어촌과 중소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