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까이 있어서 무감해진,
우리도 몰랐던 우리말 이야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분야, 특히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덜하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말이다. 지금도 일상에서 어려움 없이 잘 쓰고 있고 실컷 향유하고 있는 우리말을 굳이 더 깊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 더 이상 해명할 것이 없어 보이는 한국어를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우리말에 관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의식을 갖게 해준다.
필자는 언어야말로 다른 어떤 분야보다 타인의 시선으로 낯설게 바라볼 수 있어야 그 안에 숨겨진 고유한 면면을 관찰할 수 있고, 그것이 문화와 결합해서 언어라는 세계가 품고 있는 다채로운 관계를 통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은 ‘언어’라는 도구로 우리 스스로를 비추어볼 수 있도록 ‘시간의 언어(시제 체계나 시간에 대한 관념 차이’, ‘공간의 언어(움직임, 방향, 시점, 관점에 따른 공간의 인식’, ‘침묵의 언어(비언어적 의사소통이 불러오는 해석 차이’, ‘비밀의 언어(은폐와 전달을 넘어 전승에 이르기까지’, ‘이주민의 언어(문화와 언어의 만남’, ‘세계의 언어(세계 속 한글의 가치와 사용의 역사’ 등 다양한 시각에서 우리말을 조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말 때문에 공부를 잘한다?”
인간의 사고를 결정하는 언어의 속살
“언어가 생각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일례로 이 책에는 우리말의 쉬운 수사 구조 덕분에 우리나라 미취학 아동이 영어권 미취학 아동에 비해 연산 능력이 앞선다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해놓았는데, 이런 연구 결과로부터 우리말의 구조가 구체적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해준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것만으로도 정말 인간의 사고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이 책은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대표적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어느 원주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