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 그리고 흔적
1부 탄생에서 죽음으로
1장 생명을 묻다
신성한 태 | 안녕을 기원하는 태실 | 화폭에 담긴 태실 | 사라진 왕자의 태 | 분을 바른 태항아리
2장 죽음을 애도하다
울어주는 범종 | 죽음을 위로하는 꽃 | 무덤 안의 청자
3장 부활을 꿈꾸다
영혼을 기다리는 고분 | 가시는 길 평안하소서 | 장식 그 이상의 의미
4장 고통을 초월하다
도원으로 향하는 길 | 신선과 노니는 꿈 | 미륵세상을 기다리다
2부 소멸에서 영원으로
1장 이승에 노닐다
적벽에서 부르는 노래 | 무이구곡에 들다 | 금강산의 진경
2장 기억으로 살다
평양성의 의로운 기녀 | 별서와 바꾼 죽음 | 신선의 눈썹 | 자화상, 비밀스러운 통로
3장 죽음과 벗하다
술과 치기의 날들 | 눈 속에 꽃 피우다 | 죽음이 찾아왔다
4장 홀연히 사라지다
붉은 목걸이를 한 왕족 | 나의 사랑하는 고양이 | 시치미를 떼고 날아가다
참고 문헌
우리 미술에 얼비친 삶과 죽음의 흔적을
시인의 눈으로 살피고 연구자의 발로 좇다
『살다 사라지다』는 인생의 통과의례인 ‘죽음’ 앞에서 선조들이 남긴 예술 행위에 주목해, 평소 우리 미술을 감상할 때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삶과 죽음에 관한 사유를 더듬어보는 책이다. 지은이는 학계의 연구 성과에 힘입어 해당 미술품이 만들어지고 전해진 시대적 배경과 당대의 표현 기법 등 미술사적 가치에 대해 알려주는 한편,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수백 년 전 이 땅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심리를 가만히 헤아림으로써 사료의 빈자리를 메운다. 시인이자 미술사 연구자라는 독특한 위치에 서 있는 지은이는 우리 미술에 담긴 인류 공통의 정서를 풍부하게 길어올리고 해석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옛 미술품을 가깝게 느끼도록 돕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우리 미술의 범위는 회화, 도자기, 범종, 고분미술, 불교미술, 민속미술 등 다양하고 풍성하다. 성덕대왕신종, 정선의 「금강전도」, 전기의 「매화초옥도」, 이정의 「풍죽」,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술품은 물론, 태항아리, 태봉도, 김명국의 「죽음의 자화상(은사도」, 작자 미상의 「아기 고양이와 무당벌레」 등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미술품을 도판과 함께 소개한다. 이를 통해 탄생을 귀히 여기는 마음, 떠나간 사람을 애도하는 마음, 영생불사를 비는 마음, 속세를 초월해 도원에서 노닐고 싶은 마음, 그 사람의 영혼까지 그림에 남기는 마음, 홀연히 떠난 생명을 기억하는 마음 등, 삶과 죽음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동양의 생사관과 우리 미술에 흔적으로 남은 삶과 죽음에 대한 옛사람의 마음을 생생히 전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인 미술사가 유홍준은 이 책을 가리켜 “범종이 보여주는 금속공예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종소리의 울림에서 영혼과의 대화를 읽어내고, 돌미륵의 형식과 제작 연대에 대한 고찰이 아니라 미륵에 비는 마음을 읽어낸다”면서 지은이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미술품을 보는 시각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