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머리말 _ One Step, Un Pas. 한 걸음 더 가까이
Chapter 1. 신화와 종교를 비춘 미술
01. 신화로 읽는 ‘키스’ 이야기 : 프시케를 깨우는 큐피드의 키스 _ 카노바
02. 전염병을 막아 주던 수호성인 : 성 세바스티안 _ 만테냐
03. ‘평화의 신’은 ‘풍요의 신’을 어디로 데려간 걸까? : 풍요를 데리고 가는 평화 _ 비제-르 브룅
04. 세례자 요한의 입가에 모나리자의 미소가! : 세례자 성 요한 _ 다 빈치
05. 신화 속 비련의 아픔을 조각하다 : 디도의 죽음 _ 카이요
06. 성스러움이 결여된 어느 성화 이야기 : 성모의 죽음 _ 카라바조
07. 그림의 이면을 살펴보다 : 안젤리크를 구하는 로저 _ 앵그르
08. 예수의 부활을 그린 ‘빛의 화가’ : 엠마우스의 순례객들 _ 렘브란트
09. 승리의 간절함이 빚어낸 결정체 :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상 _ 작자 미상
10. 여신은 반드시 아름다워야만 하는가? : 삼미신 _ 크라나흐
11. 세상 어디에서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 아카디아의 목동들 _ 푸생
12. 회개와 용서를 비추는 등불 : 등불 앞의 막달라 마리아 _ (조르주 라 투르
13. 천사가 차려주는 식탁 : 천사들의 부엌 _ 무리요
14. 물을 술로 만든 예수의 첫 번째 기적 : 카나의 결혼잔치 _ 베로네제
15. 근대 회화의 아버지가 위대한 성인에게 보내는 오마주 : 성흔을 받는 프란치스코 _ 조토
16. 독서와 교육의 상징이 된 예수의 외할머니 : 성 안나와 함께 있는 마리아와 예수 _ 다 빈치
Chapter 2. 역사를 비춘 미술
17. 화가, 저널리스트가 되다 : 키오스 섬에서의 학살 _ 들라크루아
18. 시대의 위선에 맞선 ‘낭만주의’라는 난파선 : 메두사 호의 뗏목 _ 제리코
19. 그림으로 역사와 문학을 읽는다 : 에드워드 4세의 아이들 _ 들라로슈
20. ‘공화’란 무엇인가? :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_ 다비드
21. 혁명의 피를 그만 멈추어라!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새로운 미술독법을 제시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가 6년 만에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개정 작업은 ‘작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에 초점을 두었다. 도판의 크기는 최대한 키우고, 가까운 거리에서 관람할 때만 포착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보여주고자 했다. 상대를 이해하려면 먼저 거리를 좁혀야 하듯이, 그림을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폴 들라로슈의 <젊은 순교자>는 손이 묶인 채 강물에 던져진 소녀를 몽환적이고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다(412쪽. ‘젊음의 희생’을 묘사한 이 그림은, 모두가 지나쳤던 배경의 어둠에 집중하면 다른 해석의 길이 열린다. 소녀의 죽음에 무너져 내린 두 사람이 어스레한 빛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소녀의 부모로 짐작되는 실루엣에 주목함으로써, 우리는 소중한 이를 잃고도 생을 이어가야 하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책무를 상기하게 된다.
조각은 정면, 후면, 측면 등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을 담았다. 익숙한 사람의 뒷모습에서 새로운 인상이 발견되듯이, 작품을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지면 감상의 지평이 넓어진다. <죽어가는 노예>는 미켈란젤로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작품이다(154쪽. 그러나 완성도 높은 정면만 봐서는 ‘미완’이라는 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죽어가는 노예>는 전후좌우 모습을 모두 담았다. 거친 뒷면과 측면으로 보이는 덜 다듬어진 원숭이 형상을 통해, 우리는 미켈란젤로가 앞에서 뒤쪽 순으로 조각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미술 작품은 예술가가 표현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것만큼, 읽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정성이 필요하다.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일수록 그 속엔 신화와 종교, 철학, 역사, 문학, 예술은 물론 인간의 삶까지 담겨 있다. 그림의 침묵을 깨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문학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서로 맞닿아 있는 관계나 역사·문화적 배경 등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