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낸 어린이의 성공담:
단단한 일상이 자신을 지키고 세상을 구한다.
아빠의 출정은 요란했다. 마치 돈키호테를 연상케 하는 갑옷과 투구로 무장했고, 바다를 건널 배가 있었다. 아이는 집에서 망가진 것들을 수선하고, 저녁마다 거울을 통해 자신을 응시하며 잘 자라고 다독였다. 아빠를 구하러 나선 깜깜한 밤에 아이와 동행한 것은 식탁 위에서 빵을 자르던 칼과 저녁마다 손에 쥐여 있던 거울, 그리고 무심히 아이 곁을 맴돌던 파랑새뿐이었다. 아이가 한밤중에 숲에서 만난 할머니는 아이를 먹여 주고 재워 주고 마지막에는 우산을 내민다.
거울과 칼과 우산은 거인을 무찌르는 아이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마치 팥죽 할머니의 하찮은 이웃인 달걀, 알밤, 송곳, 바늘, 지게가 호랑이를 물리친 것처럼. 아이가 단단하게 다져놓은 일상은 자신을 자신이 되도록 지켰고, 외부의 적을 물리치고 사라진 자들을 구하는 무기가 되었다.
간결한 글과 수수께끼를 품은 그림들의 대화
이 그림책의 글은 간결하지만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림 또한 적잖은 수수께끼를 품고 있다. 그림은 동판화와 수채화로 이루어졌는데, 깊은 어둠과 생명이 사라진 황량함을 잘 드러낸 무채색 속에 아이의 빨간 옷은 희망의 등불처럼 빛난다. 글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작은 새는 빨강의 보색 파랑으로 빛나고 있다.
글과 그림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때로는 할 말을 슬쩍 감추며 서사를 풀어나간다.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대화에 끼어들 여지를 주면서.
스웨덴의 가장 혁신적인 그림책 작가 안나 회글룬드
이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에 큰 영향을 미쳤던 엘사 베스코브의 동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몇 년에 걸쳐 머릿속에서 바꾸었다고 한다. 하지만 핵심은 같았다.
“나에게 그것은 내면의 보호와 생존의 중요성에 관한 것입니다.”
안나 회글룬드는 부모가 모두 스웨덴의 유명한 예술가였다. 열네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는 부모로부터 경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