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에 관한 이야기다. ‘분노를 노래하소서 시의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가 이 서사시의 첫행이다. 위대한 전사의 용기이자 그의 영웅적 행동의 뿌리인 이 분노는 결국 영웅이 파멸하는 원인으로 밝혀진다. 이는 인간의 비극적인 상황이다.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인간은 자신의 실존적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실 《일리아스》의 모든 영웅은 자신들의 상황과 전통이 요구하는 역할에 갇혀 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의 비범한 행동으로 《일리아스》는 정점에 달한다. 인간이 운명을 물리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일리아스》는 그리스 세계의 신화에서 나타나는 적나라한 인간 본성의 한계에 대항하는 영웅의 이야기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무엇이 가능한가? 인간이 희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자신의 신분이 정해진 대로 견디며 살 수 있는가? 이것은 2,500년 전 그리스인들에게 그랬듯 오늘날 우리 모두에 게도 중요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