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명리 공부를 잘 하려면 무슨 책을 봐야 합니까?”
역문관 선생님께 명리를 배우면서 나는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여쭈었다. 그때쯤의 나는 명리공부에도 무슨 무림비급 같은 책이 있어서 그걸 보면 부쩍 실력이 늘어날 거란 생각이 있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역문관에 찾아와서 도계 선생님이 남겨주신 저술과 자료를 좀 볼 수 없겠냐는 사람도 제법 많았다. 같이 공부하던 동문(同門들 중에 어떤 사람은 도계 선생님이 전해주신 명리의 비급을 우리들에게는 소개해 주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선생님은 좋은 책을 소개시켜 달라고 조르는 사람들에게『명리요강』, 적천수』, 『조화원약』같은 책을 열심히 보라고 추천해 주시곤 하셨다. 물론 상세한 말씀은 없었다. 묵묵히 읽어 내려가고 뜻을 헤아리다보면 하나씩 하나씩 공부가 쌓여서 명리가 이루어질 거라는 덕담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추천해주신 명리고전을 읽다보면 원문의 의미가 모호해서 이해가 안 가기 일쑤였고, 사주 명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좀 지루했다. 고전을 공부하면서 느낀 또 한 가지의 소회는 역문관 선생님의 실제 간명과 책에 나온 이론이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선생님 옆에서 만세력을 찾아 사주 명조도 뽑아 드리는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는데, 덕분에 선생님께서 내방객의 사주를 풀이해주는 장면을 직접 옆에서 듣는 행운이 있었다.
명리 고전에서 일관되게 서술된 이론은 명조를 신강신약으로 구분해서 신강한 경우는 억제하고 신약한 경우는 생조해 주는 이른바‘억강부약(抑强扶弱’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관점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기존의 명리고전에 나오는 방식이 아닌 무언가 선생님 나름의 초식이 있는 듯해서 한눈에 그 사주의 특징을 간파해내는 것이 여간 흥미롭지 않았다. 선생님은 명조의 특징을 단번에 알아보는 안목을‘초관점(初觀點’이라고 했다. 나로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경지였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