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살아 있다!”
독재에 짓밟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학생들
재춘은 초등학생인 동생 정수와 할머니와 함께 고향을 떠나 강원도 원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새 학기 시작으로 한창 설레고 바쁠 시기이자 정·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둔 1960년 3월 어느 날, 선거 유세 차량이 학교까지 들어와 시끄럽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번 선거가 부정선거가 될 것이라는 정황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그 소식은 재춘과 친구들에게까지 전해진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 학생들이 부정선거 규탄과 민주주의 사수를 외치며 시위를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에 재춘은 친구들과 함께 시위에 나설 준비를 하는데….
경찰의 진압 앞에서도 학생들은 의연했다. 아니, 의연한 척 보였다.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경찰의 쇠 곤봉이 자신들의 어깨와 팔, 머리를 때릴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재춘의 선창에 맞춰 다시 일제히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은 중앙시장에 있는 백화점 앞까지 진출해 전단을 뿌렸다. 이제 10분만 버티자는 생각을 했다. 그때였다.
_ 최고봉, 〈그날의 소리〉
“우리는 살고 싶다!”
대도시의 난개발로 빼앗긴 삶의 터전을 되찾고자 궐기한 빈민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영기는 서울 청계천 판잣집에서 살고 있다. 영기네를 비롯한 청계천 사람들은 늘 가난과 싸우면서도 삶의 희망을 품은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영기 엄마는 경기도 광주로 이주하면 싼값에 땅을 살 수 있고, 집도 지을 수 있다는 솔깃한 얘기를 듣는다. 엄마가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드디어 ‘광주 대단지’로 이사하게 된 영기네. 그런데 처음 들었던 얘기와는 달리 그곳은 허허벌판에 낡은 군용 천막들만 즐비할 뿐, 서울 판잣집보다 못한 환경이었다.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주민들은 서울시장 방문에 맞춰 항의 시위를 벌이는데….
불길이 더 거세게 치솟았다.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불길은 맹렬히 타올랐다. 사람들의 분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