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오! 비움이여, 산책이여
-완벽한 산책이 불가능해진 현대인을 위한 씁쓸한 위로 7
-----------------------------------------------
제1장 인간의 새로운 정의 27
제2장 누구나 다 산책할 수 있는가 35
제3장 자칭 산책자이지만 영 산책자가 아닌 자들 45
제4장 산책자보다 더 도덕적인 자가 있을까 57
제5장 무위도식자 67
제6장 외지 구경꾼 77
제7장 부랑자 87
제8장 완벽한 산책자 99
제9장 군인 산책자 109
제10장 파리의 양아치들 119
제11장 산책의 작은 행복들 129
제12장 산책의 작은 불행들 141
제13장 파리의 파사주 155
제14장 센 강변, 튈르리 공원, 샹젤리제 167
제15장 산책 초심자들을 위한 조언 187
산책자를 향한 유쾌한 듯 쓰디쓴 풍자
좀스럽지만 어쩐지 친근한 모습들
저자는 당시에 유행했던 풍자 문학 장르인 ‘생리학Physiologie’의 틀을 빌려 당시 파리의 산책자 군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동식물을 분류하고 그 생태를 분석하듯이, 당시의 다양한 인물상을 각각의 인물 유형으로 분류하고 분석하는 것이 생리학 장르의 특징이었다. 과학 연구의 탈을 썼지만 실은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어조의 풍속 연구였다. 해부대 위의 동물이 메스를 피하지 못하듯, 기자부터 의사, 공무원, 부르주아까지 누구도 날카로운 풍자의 칼날을 피해 가지 못했다.
산책자들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한 이유는 산책이라더니, 바로 다음 문단에서 저자는 태도를 바꾼다. 산책은 자신의 시간과 청춘을 자발적으로 잃어버리는 행위라고. 도시의 산책자와 숲속의 원숭이의 차이는 지팡이의 유무뿐이란다. 이렇게 산책자를 향한 유쾌한 듯 쓰디쓴 풍자와 예찬의 탈을 쓴 조롱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계속된다.
책 속 파리 산책자들의 천태만상을 살펴보자. 너무 잘 먹어 비만해진 산책자는 겨우 몇백 보 걷고 지쳐서 헉헉대며 가까운 카페로 들어가 쉰다. 말이나 마차를 타고 다니는 부유한 산책자들은 양옆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공원 풍경을 감상하지 않고 그저 스쳐 지나가 버린다. 딱히 살 것도 없으면서 진열장에 있는 물건은 하나도 빠짐없이 살펴보는 산책자들도 있다. 일요일이 되면 오락거리가 없는 가족들이 산책을 나와 지난주와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교통수단이 말이나 마차에서 자동차, 지하철로 바뀐 것만 제외하면 21세기 대도시의 산책자들과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다. 좀스럽지만 어쩐지 친근하지 않은가.
완벽한 산책이 불가능해진 시대
진정한 산책자가 되는 법
어떤 것이 완벽한 산책일까?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분주한 삶에 여백을 만들어내는 것이 완벽한 산책일 것이다. 불행히도 그런 산책은 『산책자 생리학』 속 산책자들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