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숨이 가빠.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게.
세상이 한 걸음씩만 천천히, 느리게 갔으면 좋겠어.
한 번쯤은 쉬면서, 가만히 갔으면 좋겠어.”
10대의 불안과 결핍을 선명하게 부조해 낸 홍명진 작가의 청소년 소설집
홍명진 작가의 청소년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홍명진 작가는 2001년 전태일 문학상을 받은 이후 청소년 문학으로 외연을 넓히며 우리 사회의 마이너들을 따듯하게 보듬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이번에 출간한 『고래를 기다리는 일』은 홍명진 작가의 첫 청소년 단편집으로, 수록된 여섯 편의 이야기 모두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아이들을 모델로 한 것이기에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내밀한 속내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친구 관계, 학교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일상의 고민에서부터 위기 가정, 장애인 부양 문제와 같은 묵직하고 예민한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폭넓게 그리고 있어 단편의 맛을 넉넉히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아야 될 일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하며, 이를 ‘세계의 비참’이라고 명명한 작가는 그 가운데서도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청소년들이 처한 곤경과 상실감에 귀를 기울인다.
행동이나 반응이 느리다는 이유로 ‘엄친아’인 오빠와 비교당하며 엄마가 쏟아내는 폭풍 잔소리를 견뎌야 하고 학교 친구들에게마저 따돌림당하다 결국 자퇴를 선택한 지나(「쿠키 굽는 시간」, 초등학교 시절 절친으로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마음에 거스러미가 생긴 채 엄마와 여행길에 나선 유주(「고래를 기다리는 일」, 폴카를 추듯 신나게 살고 싶지만 철거촌 여관 달방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빠를 기다리며 홀로 불안과 싸우는 열세 살 소녀(「폴카를 추다」, 연기를 배우고 싶어 엄마 몰래 극단에 들어갔으나 씁쓸한 현실만 목도한 채 실의에 빠진 여고생(「연기 수업」, 장애인 엄마를 돌보며 하루하루 어렵게 생활하다 TV 휴먼 다큐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고 갈등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