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성』과 『레 망다랭』의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을 재발견하다
『제2의 성』으로 20세기 후반 여성운동의 등불을 켠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인터뷰집 『보부아르의 말』이 마음산책 말 시리즈 스무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1972년부터 1982년까지 여섯 번에 걸친 보부아르의 인터뷰가 담겼다. 인터뷰어는 저널리스트 알리스 슈바르처. 독일의 여성운동을 견인하는 젊은 페미니스트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노년의 지식인은 10년간 진행된 대담 내내 정력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본래 비타협적인 성정인 데다 타인에게 곧잘 냉정한 평가를 내리던 보부아르지만, 서문에서 “페미니스트적이고 개인적인 우리의 우정 덕분에 그녀는 나의 관심을 끄는 것들을 곧장 질문했고, 나는 아주 자유롭게 답변할 수 있었다”라며 슈바르처를 향한 신뢰를 드러낸다.
보부아르는 대담이 이루어지던 당시 한창 꽃피우던 여성운동에 대한 참여와 그 과정에서 자신이 주도한 행동들을 상세히 술회한다. 또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르트르를 비롯한 타자와의 사랑과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논한다. 특히 한 번의 대담에는 사르트르도 동석하여 평소 잘 언급하지 않던 둘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한 세대를 뛰어넘은 두 여성의 대화는 모성, 여성과 일, 정치활동, 노년, 우정,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보부아르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들을 아우르고 있어, 보부아르라는 인물의 생의 궤적을 따라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련의 대담이 시작되기 전해인 1971년, 보부아르는 생애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을 맞닥뜨린다. 프랑스의 급진적 여성단체인 ‘여성해방운동(MLF’의 요청으로 낙태와 피임 합법화를 요구하는 ‘343인 선언’ 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하고 서명까지 한 것이다. 그는 이를 기점으로 그때까지 거리를 두고 있던 여성운동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여생을 보낸다. 마지막 대담이 1986년 타계하기 몇 해 전 성사되었음을 생각하면, 『보부아르의 말』은 보부아